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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뭐 하는 거야?…30대男 '500만원 신혼방' 정체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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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뭐 하는 거야?…30대男 '500만원 신혼방' 정체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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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는 남자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가 향하는 곳은 거실 소파도, 안방 침대도 아니다. 집 안 한쪽에 마련한 작은 방. 문을 열면 게임기와 피규어가 벽을 채운다. 어떤 방엔 운동기구가 빼곡하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이지만 이곳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다. 남자들의 동굴, 이른바 ‘맨케이브(man cave)’다.

    인천 부평의 한 신혼집. 전용면적 84㎡ 아파트 한쪽 방 문을 열자 푸른빛 스마트 조명이 반긴다. 책상과 선반엔 PC, 모니터, 각종 주변기기가 자리 잡았다. 벽장엔 게임 타이틀이 빼곡하다.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2 등 콘솔 게임기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벽에 걸린 게임패드 모양 네온사인까지 켜면 게임 아지트가 완성된다. 김지용 씨(35)는 “최신형 컴퓨터와 각종 기기를 마련하는 데만 500만원 가까이 들었다”며 “퇴근 후 이곳에서 게임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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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규어가 주인공인 맨케이브도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취미방엔 ‘원피스’ ‘나루토’ ‘귀멸의 칼날’ 등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벽면에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쪽 벽면엔 건담 등 로봇 피규어가 줄지어 서 있다. 성열남 씨(49)는 “수백만원짜리인 피규어도 있지만 상당수는 뽑기로 획득했다”며 “조금씩 돈을 모은 뒤 마음에 드는 피규어를 구입해 빈자리를 채우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 했다.

    홈짐도 대표적인 맨케이브 유형이다. 대개 방 한가운데 파워랙을 설치하고 바벨과 원판, 케틀벨을 놓는다. 바닥에는 운동용 매트를 깔고 벽에는 좋아하는 캐릭터 소품을 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헬스기구가 전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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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케이브 트렌드는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오늘의집 검색 분석 결과에 따르면 피규어 레고 게임기 술 레코드판(LP) 등을 전시·보관하는 장식장, 선반, 거치대 관련 검색어 41종의 검색량은 1년 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레고 진열장은 5.5배, 플레이스테이션 선반과 피규어 케이스는 각각 3.7배, 게이밍 데스크는 2.1배로 늘었다. 굿즈 진열장, 닌텐도 거치대, 보드게임 수납장 등은 올해 검색 키워드로 새롭게 등장했다.

    맨케이브는 인테리어 공식도 남다르다. 통상 집을 꾸밀 땐 가구 색과 소재를 맞춘다. 공간 가운데를 비우고 동선을 방해하는 물건은 치운다. 맨케이브를 조성할 땐 서로 다른 색과 크기의 물건이 뒤섞인다. 벽면 끝까지 선반을 올리고 천장에 닿을 듯 피규어와 게임 타이틀을 빼곡히 채운다. 책상엔 모니터와 스피커, 콘솔기기가 가득하다. 홈짐에선 방 한가운데 자리 잡은 운동기구가 동선을 막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유일한 기준은 주인의 선호도. 얼마나 넓어 보이는지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충실히 채웠는지가 중요하다. ‘비워야 아름답다’는 기존 인테리어 공식은 찾아볼 수 없다.


    집 전체를 맨케이브로 꾸밀 수는 없다. 배우자, 자녀와 기호·취미가 같을 수 없다. 방 하나를 나만의 공간으로 선택하는 이유다.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은 유지하면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 안에서는 다른 사람과 타협할 필요가 없다. 문을 닫는 순간 게임방이 되고, 수집품 전시장이 되고, 개인 헬스장이 된다. 가족과 집을 공유하면서도 나만의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이 한 평 남짓한 소박한 공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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