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평균 약 30만 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찾는다. 14억 인구의 시장에서 돈을 벌어오기만 하던 우리는 이제 그곳에서 돈을 쓴다. 많은 이가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 건 무비자 정책의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 이어지는 ‘C푸드’(중국 음식) 유행도 한몫했다. 하이디라오와 차지의 본고장에서 훠궈, 밀크티를 맛보려는 이가 늘었다. SNS엔 왕훙(중국 인플루언서) 메이크업과 오토바이 체험 쇼츠 등 도파민 가득한 콘텐츠가 쏟아진다. 젠지(Z세대)에겐 어딘가 촌스러운 듯한 느낌, 일명 ‘중티’가 오히려 ‘힙’해진 시대다.
너도나도 상하이로 몰려가던 한국인의 목적지가 최근 충칭, 시안, 다롄, 광저우 등 다른 도시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한 해에만 국내에서 약 3000만 명(야놀자 추산)이 비행기에 몸을 싣자 한국인이 드문 지역을 찾는 이도 느는 추세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요즘, 가을과 겨울 여행을 미리 계획한다면 온화한 기후와 럭셔리, 웰니스가 공존하는 하이난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스몰 럭셔리’의 천국
오션뷰가 귀한 중국이지만 하이난은 무려 1944㎞의 해안선을 자랑하는 유일한 열대 섬이다. 특히 가성비 여행보다 ‘스몰 럭셔리’를 원하는 이에게 천국이다. 해외 골프를 즐긴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미션힐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 골프장으로, 5성급 리조트가 딸려 있어 맞춤형 패키지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거뭇한 현무암 용암 대지 사이로 수놓인 초록빛의 18홀 정규 코스는 그 자체로 이색적인 목적지가 된다. “달 표면에서 스윙하는 기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ADVERTISEMENT
이왕 쓰는 돈, 좀 더 제대로 된 럭셔리를 추구한다면 싼야로 향해보자. 싼야는 하이난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휴양 도시다. 우기엔 비가 잦은 북부와 달리 1년 내내 온화한 날씨가 지속된다. ‘중국판 벅셔해서웨이’로 불리는 푸싱그룹은 이곳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보고 100억위안(약 2조원)을 들여 초호화 리조트를 건설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7성급 호텔 싼야아틀란티스다.

이 리조트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취임식 VIP 행사를 담당한 전설적인 호텔리어 고(故) 솔 커즈너가 세웠다. 카리브해 바하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이어 싼야까지 세계에 단 세 곳뿐이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7성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5성급으로 분류하기엔 아까운 최고급 시설 때문이다. 총면적 54만㎡의 싼야아틀란티스는 154개 스위트룸을 포함해 1314개 전 객실이 오션뷰다. 바닷속처럼 꾸며진 수족관과 맞닿은 유리 벽면이 있는 ‘수중 스위트룸’이 단연 압권이다. 침대에 누워 상어와 가오리, 거북이 등 8만6000여 마리의 해양 생물과 눈을 맞대는 경험은 흔치 않다. 호텔 내 1만7500t의 해수를 가둔 초대형 수족관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2017년 러시아에서 넘어와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서식했다는 통통한 흰고래(벨루가) 두 마리를 보고 있노라면 이 리조트가 단지 동물을 눈요기로만 여기진 않는다는 게 느껴진다. 싼야아틀란티스는 대규모 바다거북 서식지를 운영하며 해양생물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휠체어 탄 노인도 걸어 나간다
하이난은 몸을 돌보기 위한 웰니스 여행지로도 인기가 많다. 특히 우기가 끝나는 매년 10월엔 노령의 중국인이 하이난으로 물밀듯 몰려든다. 본토의 한파를 견디기 어려운 이에게 연평균 기온이 24.9도인 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웰니스가 된다는 게 현지인들의 얘기다. 관련 인프라도 늘고 있다. 매년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보아오에 들어선 이링생명양호센터에서는 검진부터 치료·관리, 재활까지 밀착형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침과 마사지 등 중국 전통 의학을 기본 뼈대로 하기 때문에 동양식 웰니스 체험에 강점이 있다. 현지 가이드는 “뇌경색을 앓던 70세 노인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 걸어 나가는 곳”이라며 “도파민만 가득한 여행을 하기보다 오래 머물며 자신을 돌보기에 좋다”고 강조했다.ADVERTISEMENT
하이난=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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