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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영 KIC 사장 “한국판 국부펀드, 초장기 ‘인내자본’ 역할 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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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영 KIC 사장 “한국판 국부펀드, 초장기 ‘인내자본’ 역할 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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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9월 10일 15: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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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영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를 만기와 청산 시점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과 장기간 동행하는 초장기 ‘인내자본’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단기 회수 압력에서 자유로운 자본을 국내 전략산업에 공급하고, KIC가 앵커 투자자로 나서 해외 기관자금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청사진이다.

    박 사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에서 KB금융과 글로벌대체투자협회(AIMA)가 개최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니라 성과에 대한 조급함”이라며 “성과를 재촉하면 투자 시야는 짧아질 수밖에 없고, 짧은 시계로는 앞날을 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략형 국부펀드 도입 발표 이후 박 사장이 외부 공식석상에서 전략투자계정(전략계정)의 역할과 운용 철학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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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사장은 전략계정 신설을 “KIC 창립 이래 가장 큰 전환”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해외에서 외화로 재무적 투자를 수행하는 ‘저축형 국부펀드’였다면 앞으로는 국내 전략산업에 장기 자본을 공급하는 ‘전략형 국부펀드’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전략계정의 핵심은 투자 기간과 자본의 성격이다. 박 사장은 만기와 청산 시점을 두지 않는 장기 ‘지분투자’를 첫 번째 역할로 꼽았다. 일정 기간 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기업이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긴 호흡으로 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KIC가 앵커 투자자로 참여해 해외 자본의 후속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투자’와 정책자금이 역할을 마친 뒤에도 기업의 성장을 이어주는 ‘이어달리기 투자’를 더했다. 박 사장은 “기업은 회수 압력에서 자유로운 자본을 얻고, 국가는 기술 주권의 기틀을 다지게 되며, KIC는 유망한 투자처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KIC가 전략계정의 운용 주체로 나서는 데는 지난 21년간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쌓은 신뢰와 네트워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박 사장은 이날 ‘한국 자본의 글로벌화’에 더해 ‘글로벌 자본의 한국화’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국내 자금을 해외에 투자하는 기존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기관자금을 국내 전략산업으로 끌어오는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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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사장은 “신뢰 자체가 자본이고, 이 자본을 따라서 또 다른 자본이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KIC의 참여 여부를 투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전략계정을 통해 이 신뢰를 국내 전략산업 전반으로 확장함으로써 KIC는 글로벌 자본이 한국으로 향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장기 자본의 모델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을 꼽았다. 박 사장은 싱가포르항공과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 이동통신기업 싱텔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 “반세기 동안 묵묵히 자본의 시간을 견뎌준 국부펀드 테마섹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책자금이 역할을 다한 뒤에도 성장 기업과 오랜 기간 함께 달리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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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도 자국 전략산업에 국부를 투입해 산업 생태계를 키운 사례로 들었다. 박 사장은 “국부를 자국 전략산업 육성에 투입해 국민 모두와 함께 성장의 과실을 누리는 흐름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전략계정이 새로 생기더라도 KIC가 추구해온 국부펀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역할이 더해지더라도 국부를 증진해 미래 세대로 이전한다는 국부펀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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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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