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순수 건설 기간(표준공기)이 당초 계획보다 1년 2개월(14개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때문이다. 한국 원전의 최대 강점인 ‘정기 완공·예산 준수’ 경쟁력이 노동 규제에 묶여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의 표준공기는 당초 56개월(4년 8개월)에서 70개월(5년 10개월)로 14개월 연장됐다. 원전 표준공기는 터파기 등 사전 부지 공사를 제외하고, 원자로 건물의 바닥 콘크리트를 처음 타설하는 시점부터 시운전을 거쳐 상업운전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순수 구조 공사 기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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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공기 연장분 14개월 중 13개월(92.9%)이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 52시간제 적용’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1개월만 설계변경 및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것이었다. 주 52시간제 도입 여파로 새울 3호기(10개월)와 새울 4호기(13개월)의 공기가 늘어난 데 이어, 신한울 3·4호기마저 근로시간 단축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신한울 3·4호기는 2002년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처음 고시된 뒤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통해 건설 계획이 확정됐다. 과거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공사가 전면 중단되며 ‘탈원전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2022년 7월 정부가 사업 재개를 공식화했지만,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 제도에 발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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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근로기준법은 돌발 상황이나 긴급한 공정 마무리 등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이 발생할 경우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원전 건설 현장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 효율을 끌어올릴 신공법 적용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신한울 3,4호기의 준공 목표 시점은 각각 2032년과 2033년이다. 공기 연장으로 상업운전 개시가 1년 넘게 지연될 경우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전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값비싼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해야 한다. 이에 따른 전력 구입비 증가 등 간접적 손실만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공기 지연이 ‘K-원전’의 해외 수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대형원전 2기의 건설 사업 역시 주 52시간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줄줄이 준공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수민 의원은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초격차를 만드는 기반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뒷받침할 원전 건설은 주 52시간제에 발이 묶여 있다”며 “국가 전략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원전 건설 현장의 제도와 정책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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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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