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894.23

  • 178.82
  • 2.66%
코스닥

827.12

  • 4.94
  • 0.60%
1/5

"덩치 키우면 경쟁력?"…KAI 노조, 한화 인수 움직임에 제동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덩치 키우면 경쟁력?"…KAI 노조, 한화 인수 움직임에 제동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KAI 지분 확대와 인수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ADVERTISEMENT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 한화시스템의 레이더·항전, 계열사의 무장·유도무기와 KAI의 완제기 사업을 한 그룹으로 묶는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KAI의 독립적인 체계종합 역량을 약화시키고 국내 방산 생태계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는 이미 KAI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를 합쳐 KAI 지분 15.89%를 확보했다. 최대주주는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한화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명시했고, KAI 의사결정 과정 참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DVERTISEMENT


    한화의 지분 확대는 KAI 민영화 가능성에 대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화는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KAI의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과 한화의 엔진·전자장비·유도무기·우주 역량을 결합해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완제기와 엔진 묶으면 독립성 흔들려"


    KAI 노조는 7일 배포한 자료에서 "방산 대형화가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업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완제기 개발을 주도하는 체계종합업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ADVERTISEMENT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수직계열화다. KAI가 한화그룹에 편입될 경우 엔진·레이더·항전·무장 등 주요 체계가 한 그룹 안에서 조달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KAI가 기체 성능과 고객 요구에 맞춰 최적의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노조는 1997년 맥도널더글러스와 합병한 보잉을 대형화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보잉 사례를 들며 규모 확대가 기술·품질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스웨덴 사브와 프랑스 다쏘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그리펜과 라팔 등 독자 완제기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영국 BAE시스템즈 사례에 대해서는 항공업체 통합 과정에서 독자 완제기 개발 역량이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과거 영국의 여러 항공기 제조사가 통합되면서 현재 영국 항공산업의 역할이 F-35 공급망과 국제 공동개발 사업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ADVERTISEMENT




    "패키지 수출이 만능 아니다"


    한화가 강조하는 '패키지 수출' 효과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노조는 KAI가 이미 KT-1, T-50, FA-50, 수리온 등을 해외에 수출하며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완제기 수출의 핵심 경쟁력은 수직계열화보다 기체 성능과 가격, 납기, 신뢰성, 후속지원 등에 있다는 게 노조의 논리다.

    고객 국가가 요구하는 레이더와 무장 등 장비를 맞춤형으로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항공엔진 개발과 완제기 사업을 한 그룹에 묶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는 한화가 독자 전투기 엔진을 개발하더라도 KAI를 함께 보유하면 해외 완제기 업체 입장에서 경쟁 플랫폼을 가진 그룹의 엔진을 채택해야 하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 훈련기 사업(UJTS)에서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이 입찰에서 철수한 사례도 들었다.

    노조는 당시 철수 원인이 KAI의 기술력이나 파트너십 문제가 아니라 미국산 부품·제조 비중 등 조달 요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잉도 사업에서 철수한 만큼 KAI의 소유구조를 한화로 바꾸는 것만으로 미국 시장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는 해석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화에 집중되면 방산 생태계 위축"


    노조는 KAI 인수가 국내 방산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 계열사가 부품과 시스템 공급에서 우위를 갖게 되면 기존 KAI 협력업체와 중소·중견 방산기업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는 한화가 KAI까지 인수할 경우 육·해·공 방산 분야에서 한 그룹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내 주요 방산 매출의 최대 70%가 한화에 집중될 수 있다는 자체 추산을 제시하며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위험을 제기했다.

    노조는 특정 그룹에 방산 역량이 집중되면 생산 차질이나 공급망 문제, 품질 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 여러 무기체계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KAI와 거래해 온 전문 방산기업과 중소·중견 부품사의 경쟁 기회가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화는 현재 KAI 지분 15.89%를 확보한 상태다. 향후 정부의 KAI 민영화가 본격화될 경우 추가 지분 확보나 인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화의 사업 확장 전략과 KAI의 독립적인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킬지가 핵심 변수다.

    노조는 KAI의 독립적인 체계종합업체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항공 방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덩치 확대가 아니라 체계종합 전문성과 다양하고 유연한 방산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