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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세금만 줄이면 끝일까?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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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세금만 줄이면 끝일까?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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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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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대표는 얼마 전 자신이 평생 일군 회사를 매각했다. 거래가 끝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회사가 자신의 손을 떠나자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듯 허탈하고 공허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회사를 찾았지만 임직원들의 얼굴을 보니 차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연락에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A 대표는 지인 B 대표가 겪은 일을 떠올리며 회사도 가족도 지키지 못할 위험에 빠지는 것보다는 회사를 매각한 게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온 B 대표는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자 다급하게 후계자를 찾았다. 하지만 지방의 중소 제조기업을 인수하려는 투자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임직원들은 회사를 잘 알고 있었지만 주식을 인수할 자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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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업승계, 상속세 신고가 끝 아니야



    수년 전부터 회사에서 일해 온 막내 자녀 C가 가장 현실적인 후보였다. 그러나 B 대표가 가진 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하려면 자칫 기업가치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질 수 있었다. 거래가 없는 비상장회사의 경우 세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업가치는 실제로 매각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평가되기 때문에, B대표가 체감하는 시장가치보다 오히려 높게 산정될 수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C에게는 수십억 원의 세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첫째 D는 삶의 터전을 옮기고 직장을 포기한 채 다양한 위험이 따르는 중소기업의 경영을 떠안는 일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둘째 E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B 대표는 C를 후계자로 정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B대표가 세상을 떠나자, C는 유언에 따라 회사 주식을 상속받고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해 당장의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승계는 상속세 신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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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계 이후에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출이 줄어들고 노사 갈등이 격화돼 직원들이 파업했으며 핵심 인력이 거래처를 갖고 나가 경쟁회사를 세웠다. 회사의 실적과 가치가 상속세를 계산하던 당시보다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상속세는 상속 개시 당시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확정됐기 때문에, 이후 회사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았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았기 때문에 사업용 자산의 상당 부분이나 보유 지분을 처분하기 어려웠고, 고용 또는 총급여 수준도 일정 기준 아래로 낮추기 어려웠다. 어느 때보다 신속한 구조조정과 자산 처분이 필요했지만, 사후관리 요건을 위반하면 공제받은 상속세가 추징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으로 인해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경영 판단이 제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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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대신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을 10년에서 30년으로, 사후관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등 기업승계 세제 특례를 적용 받기 위한 사전·사후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유류분 반환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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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타는 유류분 반환 청구였다. B 대표는 경영권을 온전히 넘기기 위해 유언으로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전부를 C에게 남겼고, 유일한 부동산인 집 한 채는 배우자에게 남겼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상속에서 배제된 D와 E가 C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다.

    2026년 3월 개정 민법은 그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 유류분 부족액을 원칙적으로 금전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주식이 강제로 분산될 위험은 줄었지만, 후계자가 거액의 현금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위 사례에서 C가 원물이 아닌 가액으로 D와 E에게 유류분 부족액을 반환해야 한다면, C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주식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이 수반되지 않은 비상장회사 주식을 제값에 매수하거나 담보로 받아줄 사람은 찾기 어렵다. 결국 B 대표가 일군 회사는 그의 사망 이후 노사 갈등, 인력 이탈, 매출 감소라는 중대한 경영난에 처했지만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 때문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업가치는 더욱 떨어졌고, C는 D와 E에게 유류분 상당액과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금화가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C에게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유동성 위기다. 세금과 유류분을 감당하려다 회사 자체를 잃을 수 있는, 전형적인 기업승계의 역설이다.

    기업 매각은 최선이었을까?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있던 A 대표로서는 회사를 미리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선택도 결코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 대표 개인의 관점에서는 회사의 경영과 승계에서 발생할 위험을 정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A 대표는 주식을 매각하면서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고, 사망 당시 남아 있는 매각대금은 다시 최고 50% 세율의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사의 관점에서도 매각이 항상 안전한 결말인 것은 아니다. 재무적 투자자가 자본과 전문경영체제를 제공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에게는 투자수익과 회수 시점이 중요한 가치일 수밖에 없고, 이것이 기업의 장기 존속이나 임직원·거래처의 이해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와 락앤락의 대규모 배당·유상감자를 둘러싼 논란은 회사를 매각한 뒤 그 기업이 누구의 시간표와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되는지를 되묻게 한다.

    그동안 기업승계는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주로 절세의 관점에서 다뤄져 왔다. 그러나 세 부담을 줄이는 것만으로 기업승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실제로 회사를 경영할 것인지, 후계자가 충분한 자질과 의지를 갖췄는지, 기존의 지배구조와 임직원·거래처의 신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상속·증여세 부담이나 유류분 분쟁에도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승계 방안을 검토한 뒤 회사와 창업자, 가족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법률·세무·회계·금융 전문가의 조언도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기업승계의 성공은 세금을 얼마나 줄였는지 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창업자가 떠난 뒤에도 회사의 기술과 일자리, 거래처의 신뢰가 이어지고 남은 가족의 재정적 안정과 관계까지 지켜질 때 비로소 진정한 기업승계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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