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10㎞를 달리고, 햄버거 브랜드가 만든 코스를 뛰고, 대형마트 이름을 단 마라톤에도 참가한다. 러닝 열풍이 거세지면서 식품·유통업체들이 소비자를 매장 밖으로 불러내 직접 달리기 시작했다.
올가을 '롯데家 러닝 행사' 이어져 … 참가자만 1만5000명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가을 롯데 계열사들이 개최하는 주요 러닝 행사 참가자만 1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 5일 롯데웰푸드가 개최한 ‘설레임런’을 시작으로 다음달 롯데리아의 ‘리아는 배불런’과 롯데백화점 ‘스타일런’, 11월에는 롯데마트·슈퍼의 ‘통큰런’이 줄줄이 이어진다.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은 것은 아이스크림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5일 경기 하남 미사경정공원에서 3000명 규모의 ‘2026 설레임런’을 열었다. 지난해 5㎞였던 코스를 올해 10㎞ 정식 기록 측정 대회로 키웠다. 참가비가 6만4900원에 달했지만 일반 판매분 2500장은 예매 시작 2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방송인 기안84도 참가자들과 함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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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곳곳에는 ‘설레임’이라는 브랜드를 몸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장치를 넣었다. 달리면서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하고 완주 뒤에도 제품을 나눠줬다. 티셔츠와 짐색, 러닝 선글라스, 완주 메달 등에도 브랜드를 노출했다. TV 광고를 한 차례 내보내는 대신 소비자 3000명이 수 시간 동안 브랜드 안에서 놀도록 만든 셈이다.
햄버거도 뛴다. 롯데GRS는 다음달 4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2000명이 참가하는 5㎞ 러닝 페스티벌 ‘리아는 배불런’을 연다. 참가자들은 햄버거 취향과 러닝 스타일에 따라 그룹을 나눠 뛰고 행사장에서 롯데리아 먹거리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참가비는 5만원이다. 롯데잇츠에서 리아불고기버거나 리아새우버거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4만5000원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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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도 러닝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오는 11월14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대형마트 업계 처음으로 자체 러닝대회 ‘2026 통큰런’을 개최한다. 10㎞와 5㎞, 3㎞ 가족런으로 구성되며 전체 참가자는 3000명이다. 이 가운데 약 1000명은 임직원으로, 일반 참가자 모집 규모는 2000명이다.
참가비는 종목과 관계없이 3만원이다. 참가비는 전액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보바스어린이재활센터 등을 통해 기부된다. 행사 자체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올해 롯데마트가 대표 할인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통큰’을 매장 밖 체험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롯데백화점도 다음달 18일 잠실 일대에서 7000명 규모의 ‘스타일런’을 연다. 올해로 8회째인 행사로 지난해까지 누적 참가자가 4만명에 달한다. 올해 모집 인원은 지난해보다 1000명 더 늘렸다.

식품업계 '러닝 마케팅 열풍'
러닝에 빠진 건 롯데뿐만이 아니다. hy는 지난 5월 미사경정공원에서 ‘하루야채와 함께하는 하루런 마라톤’을 열었다. 5㎞와 10㎞에 3500명이 참가해 전년보다 대회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과채주스 ‘하루야채’가 내세우는 건강 이미지를 운동과 직접 연결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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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은 지난 6월 강원 평창 삼양라운드힐에서 헬스케어 브랜드 ‘스핀들’을 내건 트레일 러닝 대회를 열었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과 일반 참가자 700여 명이 12㎞와 20㎞ 코스를 달렸다. 라면 회사가 신사업인 헬스케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러닝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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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유통업체들이 러닝에 뛰어드는 건 수천 명의 소비자를 한 장소에 오랫동안 붙잡아둘 수 있어서다. 참가자들이 같은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달리고 완주 사진과 기록을 SNS에 올리면 소비자가 스스로 광고판 역할을 한다. 단순 경품 행사와 달리 참가비를 내고 신청해야 하는 만큼 브랜드와의 접촉 강도도 높다.
특히 식품업체에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덧입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과채주스나 헬스케어 제품처럼 운동과 직접 연결되는 제품뿐 아니라 아이스크림과 햄버거처럼 언뜻 운동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제품도 러닝을 놀이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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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이 기존 마라톤 대회를 후원하면서 로고를 노출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가 대회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제품을 알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마케팅 경쟁이 러닝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