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는 다른 사람의 삶을 어디까지 작품에 가져다 쓸 수 있을까. 최근 영미 문단과 할리우드에서 실존 인물을 소설의 소재로 삼는 일을 두고 '창작 윤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영국 작가 레이철 커스크의 신작 <라이프 오브 M(Life of M)>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유명 배우 'M'의 삶이 할리우드 스타 나탈리 포트먼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국내엔 아직 출간 전이지만, 영미권 매체에 따르면 소설에서 둘을 연결 짓게 하는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M은 어린 시절 나이 많은 남자 배우와 함께 찍은 영화로 스타가 된다. 포트먼이 13세 때 장 르노와 출연한 영화 '레옹'을 연상시킨다. 이후 발레리나를 연기해 명성을 얻는 대목은 포트먼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블랙 스완'과 겹친다. 어린 배우 시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경험 등 포트먼이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개인사도 소설에 등장한다. 소설 속 M은 명성과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있지만 다른 사람과 좀처럼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냉담한 인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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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을 소설의 모델로 삼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이번 논란이 커진 것은 작가가 실제로 알고 지낸 사람의 구체적인 삶을 작품에 끌어들이고, 당사자가 밝히지 않은 생각과 감정까지 허구로 만들어냈다는 의혹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작품을 포트먼에 대한 '문학적 암살'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두 사람은 모두 파리에 살며 교류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트먼은 커스크의 열렬한 독자로 자신의 북클럽에서 그의 소설을 두 차례 소개했고 직접 인터뷰도 했다. 다만 최근 보도에서는 두 사람이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는 주장에는 선을 긋는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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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내용도 공교롭다. <라이프 오브 M>은 한 작가가 M에게 자서전을 대신 써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를 반겼던 M은 나중에 작가가 자신을 묘사한 방식에 상처받았다며 항의한다. 이 때문에 실제 커스크와 포트먼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커스크는 이런 해석을 '가십'이라며 일축했다.
커스크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펴낸 이탈리아 여행기 <라스트 서퍼>는 책에 등장한 실제 인물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초판이 폐기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자신을 닮은 작가를 화자로 내세운 '윤곽 3부작'을 통해 자전적 경험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왔다. 기존 소설의 서사 관습을 깬 이 3부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도 <윤곽> <환승> <영광>을 비롯해 <두 번째 장소> 등이 번역 출간돼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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