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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봉의 호모 인베스티쿠스] 재앙과 주식: 두 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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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봉의 호모 인베스티쿠스] 재앙과 주식: 두 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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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빙하 침강으로 수백 명이 흙더미에 묻히고 수천 명이 실종됐다는 비보에 세계는 경악했다. 그 순간 호모 인베스티쿠스의 뇌리에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아마도 두 개의 신경회로가 동시에 점화됐을 것이다. 참혹한 비극을 향한 탄식과 희생자들에 대한 연민이 작동하는 한편, 방재와 재건 인프라,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관련주의 수혜를 민첩하게 계산했을 터다. 이렇듯 두 개의 심장을 지닌 호모 인베스티쿠스는 금융자본주의가 빚어낸 현대의 인간형이다.

    전쟁이 터지면 방산주와 원유 선물이 요동치고, 지진으로 도시가 붕괴되면 건설과 자재 섹터가 꿈틀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민간인 학살과 도시 파괴의 참상이 생중계되던 순간에도 증시에서는 방산, 에너지, 곡물 자산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려들었다. 비극이 터지는 족족 자본은 주저 없이 기회를 향해 돌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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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광경을 두고 시장의 비정함을 탓하기는 쉽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본령 자체가 모든 물리적 사건의 파장을 가격으로 번역하는 메커니즘이다. 참사는 건조한 뉴스가 되고, 데이터로 환원되며, 호가창의 요동으로 귀결된다. 인간사의 모든 출렁임을 피해액과 수혜 범위라는 시장의 언어로 치환해 살아가는 존재 역시 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방산업체의 분기 실적을 체크하고 유가의 향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그가 재난의 피해자를 위해 흘린 눈물을 위선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희생자를 향한 애도의 심장과 계좌 수익률을 확인하는 손가락은 정확히 같은 신체에 붙어 있다. 냉혹한 시장 참여자이면서 공동체의 시민인 그는, 손익계산서와 도덕적 양심이라는 두 개의 장부를 분리해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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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두 심장이 언제까지나 따로 뛰지는 않는다. 기후위기 앞에서 재생에너지와 기후테크를 매수하는 순간, 슬픔과 분노는 투자 판단과 만난다. 수익을 좇는 행위가 곧 정의감의 표현이 되고, 여기에 해당 섹터의 성장과 밸류에이션 상승에서 오는 과실까지 더해진다. 호모 인베스티쿠스는 인간성, 시민성, 수익이라는 세 겹의 프리미엄을 추구한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모두의 재앙이면서 모두에게 같은 타격감을 주지 않는다.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국가들이 피해를 먼저 떠안는 동안, 금융 중심지에서는 그 재앙이 새로운 고수익 자산군을 만들어낸다. 방글라데시의 홍수, 태평양 도서국의 침수, 아프리카의 가뭄처럼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에게는 투자할 기후테크도, 분산할 포트폴리오도 없다. 같은 재앙이 누군가에게는 윤리와 자본의 완벽한 일치를 선사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순도 높은 파멸과 비용만을 남긴다. 재앙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위치와 재앙을 자산 증식의 기회로 치환하는 위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지정학적 서열이 존재한다. 호모 인베스티쿠스의 시민적 분노가 결코 보편적일 수 없는 이유다.


    블랙록에서 지속가능투자를 총괄했던 타릭 팬시가 퇴사 후 ESG를 ‘위험한 플라시보’라 일갈한 까닭도, 금융이 도덕적 명분을 수익의 언어로 전환하는 기만을 내부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슬퍼하고, 분노하고, 매수한다. 이 세 동작이 매끄럽게 이어질 때 그는 시장과 양심을 모두 지켜냈다는 안도감에 젖는다. 그러나 가장 적게 배출하고 가장 먼저 수몰되는 이들의 절규 앞에는 그 어떤 매수 버튼도 놓여 있지 않다. 호모 인베스티쿠스가 챙긴 세 겹의 프리미엄은, 애초에 가격조차 매겨지지 못한 채 버려진 타자의 재앙 위에서만 간신히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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