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압구정동 중심으로 하락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는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했다. 강남구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3% 떨어져 2023년 4월 셋째주(-0.22%)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10일과 17일 각각 0.03% 내려간 전셋값은 지난주 0.02%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원은 “대치·압구정동을 중심으로 가격이 내려가며 한 주 만에 약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도 0.41% 떨어져 3년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서초구 전셋값은 3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17일 0.08%, 24일 0.04% 내려간 데 이어 이번주에도 0.10% 떨어졌다. 서초구 전셋값이 3주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성북구(0.38%) 강북구(0.38%) 노원구(0.37%) 등 외곽 지역의 전셋값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전주보다 0.2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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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약세의 배경으로 세제 개편안 영향을 꼽는다. 정부는 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으며 이후 일부 완화된 수정안이 확정됐지만 이번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강남권에서는 세 부담 증가 우려로 매물이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1만1334건으로 한 달 전보다 18.7% 증가했다. 서초구는 18.0% 늘어난 9085건, 송파구는 20.1% 증가한 6096건으로 집계됐다. 일부 급매 거래가 가격 하락을 유도해 전셋값 상단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의 월세 전환에 따른 통계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고가 주택 등의 불이익을 예고하다 보니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부 가격을 내린 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매도를 미루는 집주인은 전세를 반전세와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고 있고, 이런 사례가 전세 통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세가격지수를 산출할 때 해당 기간 표본 거래가 없으면 인근 단지와 유사 면적의 전세 거래 가격을 참고하고, 그마저도 마땅치 않으면 조사원이 보증부 월세 가격을 전세 보증금으로 전환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입주·이주’ 수요가 변수
통상 매도 압박이 커지면 집주인이 신규 전세를 꺼려 전세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강남·서초구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신규 입주로 전세 공급이 늘어나며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부동산원은 “서초구는 신규 입주 물량 영향으로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ADVERTISEMENT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과 방배동 디에이치방배(3064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김 소장은 “서초구 입주장이 인근 강남구 전세 수요를 흡수하는 대체지 역할을 하지 못해 강남 전셋값이 소폭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파구 전셋값은 이번주 0.28% 상승하며 0.2% 안팎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락미륭(435가구), 삼환가락(648가구), 가락삼익맨숀(936가구) 등 주요 단지 이주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강남구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주를 앞둔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가 향후 전세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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