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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왜 읽어야 할까…"'불편한 독서'가 사고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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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1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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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왜 읽어야 할까…"'불편한 독서'가 사고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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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이 하얀 화면에 검은 글자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창세기의 ‘빛이 있으라’가 떠올랐어요.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신형철 문학평론가·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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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읽고 쓰며 생각까지 대신해주는 시대. 독서와 글쓰기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하며,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독서플랫폼 운영사 KT밀리의서재는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0주년 컨퍼런스 ‘읽는 미래’를 열고 그 답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주제에 맞춰 출간한 앤솔러지(여러 작가의 작품을 묶은 책) <북키퍼>를 놓고 김초엽 소설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홍한별 번역가 등이 대담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

      김초엽은 이 책에서 독서를 새로운 세계와 부딪히는 과정으로 바라봤다. 개인에게 맞춰 응답하는 AI와는 달리 책은 ‘닫힌 세계’이며 독서는 이와 부딪히며 혼란을 겪고 새로운 것을 느끼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이날 대담에서 “특히 ‘맞지 않는 책’은 독자에게 반론을 제기한다”며 “AI 시대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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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에서도 인간 고유의 역할을 찾는 논의가 이어졌다. 홍한별 번역가는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번역가 개인의 경험과 감각, 지식을 바탕으로 원문을 해석한 뒤 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번역가가 감정과 생각을 동원해 구체화한 번역물과 그렇지 않은 번역문을 읽었을 때 독자 경험은 전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진정성에서 글쓰기의 가치를 찾는 출판계의 시각도 제시됐다. 박혜진 민음사 편집자는 이상이 여동생 옥희에게 보낸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 문학 속 편지들을 인용하며 AI 시대에도 의미가 남는 글쓰기의 대표적인 형태로 편지를 꼽았다. 그는 “솔직함에서 진정한 가치가 나온다는 점에서 편지는 글쓰기의 장르보단 태도에 가깝다”며 “오늘날 끝까지 지켜나가야 할 글쓰기의 마지막 영토가 있다면 이 태도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AI에 판단까지 맡기는 ‘사고의 외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는 사회에 쌓여 있는 ‘일반 지식’과 이를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데 활용되는 ‘맥락 특화 지식’을 구분했다. 맥락 특화 지식은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되면서 일반 지식을 넓혀가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AI가 발전할수록 엑스레이까지 의사 대신 판독하는 등 맥락 특화 지식이 쌓여 갈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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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일반 지식도 예전과 같은 속도로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흐름이 독서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AI가 책을 요약하고 해석해주더라도 그 결과가 맞는지 판단하고, 필요할 때 원문으로 돌아가 검증하려면 결국 직접 읽고 이해하는 습관과 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AI가 인간의 인지적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었다. <팩트풀니스> 공동저자인 안나 로슬링은 이날 강연에서 사람들이 세계의 빈곤과 발전 수준 등을 실제보다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등 현실을 체계적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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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AI는 이런 인간의 편견으로부터는 일정 부분 자유롭다. 그는 “AI도 완벽하지 않고 실수하지만, 문제를 풀게 했을 때 인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낸다”며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직접 배워야 한다는 부담을 질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읽기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AI가 정보를 찾고 기초 자료를 확인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만큼 인간은 이해하고 해석하며 맥락을 짚는 데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슬링은 “우리는 읽기를 통해 과거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수정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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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를 주최한 KT밀리의서재 역시 AI가 독서를 대체하기보다 읽는 방식을 확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AI를 통해 책과 연관된 지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연관 도서까지 쉽게 추천받을 수 있어서다. 정재욱 KT밀리의서재 대표는 깊게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읽기가 필요하다며 “AI는 답을 만들지만, 독서는 질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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