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관광도시들이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를 더 쉽게 규제할 수 있도록 새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별 규제가 EU의 서비스 제공 자유와 충돌하며 소송이 반복돼온 만큼, 규제의 비례성 기준을 제시해 지방정부의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조치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파올라 타마 브뤼셀 특파원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주택 부족을 겪는 회원국들이 휴가용 단기 임대를 제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Affordable Housing Act’로 불리는 이 법안에는 도시와 지역이 주택시장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어느 수준까지 규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단기 임대는 현재 지방정부와 관광사업자 사이의 주요 법적 분쟁 사안으로 떠올랐고, 소송이 수년씩 이어진 뒤에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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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에 따르면 단기 임대 주택은 EU 전체 주택의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소렌토,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푸에르테벤투라 같은 관광지에서는 휴가용 임대가 전체 주택의 최대 20%를 차지한다. 지방정부들은 이 같은 단기임대가 현지 주민의 주택 부족을 심화시키고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주장한다. 이에 암스테르담과 베를린, 브뤼셀, 피렌체, 파리 등은 허가제를 통해 관광객 대상 임대주택 수를 제한하거나 특정 주택의 연간 임대 가능 일수를 제한해왔다. 바르셀로나는 2028년까지 관광객 대상 아파트 임대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확대는 잇따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주인과 관광사업자들은 지방정부의 조치가 EU법이 보장하는 서비스 제공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맞서고 있다. 피렌체의 관광 담당 시의원 자코포 비치니는 “우리가 휴가용 임대를 억제하기 위해 무엇을 하든 항소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피렌체는 지난해 단기 임대 허가제를 도입하고 역사 중심지의 신규 등록을 동결했지만 주택 소유자와 관광사업자들로부터 12건의 이의를 제기 받았다. 토스카나주 행정법원은 피렌체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1심 판단에 불과해 추가 소송 가능성은 남아 있다. 피렌체는 이후 신규 단기 임대 금지 대상을 전체 주택의 44%까지 확대했으며 새로운 법적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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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각국 법원의 판단도 일관되지 않거나 명확하지 않았다. EU 최고법원은 2020년 중요한 판결에서 주택 부족을 이유로 지방정부가 단기 임대를 제한하는 제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조치가 ‘비례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무엇을 비례적인 규제로 볼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다시 소송의 대상이 됐다. 프랑스 부동산 관련 법 전문 변호사 로렌 데르히는 도시들이 규제 권한은 인정받았지만 “영구적인 불안정” 속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대응 능력이 부족한 지방정부의 경우 소송을 우려해 법이 허용하는 수준보다 약한 규제를 채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치니 의원도 EU가 지방정부의 단기 임대 제한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도 도시별 상황이 달라 모든 지역에 같은 규제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택가격 상승도 규제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주택가격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약 3분의 2 상승했고 임대료도 같은 기간 5분의 1 이상 올랐다. 상당수 회원국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가계소득 증가 속도를 웃돌면서 젊은 세대가 주택시장에서 밀려났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를 중심으로 계획·개발 제약 탓에 주택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점이 꼽힌다. 다만 JRC 연구에서는 단기 임대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주거비도 높은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장기적으로는 임대료보다 주택 매매가격과의 연관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업계는 단기 임대를 주택난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 반박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EU 정부 관계 책임자인 조지 마브로스는 “지나치게 엄격한 단기 임대 규제가 주택가격을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오히려 관광도시 경제에는 구체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비 단체인 유럽홀리데이홈협회도 단기임대가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며 EU 전체 주택의 평균 20%가 비어 있다는 점을 들었다.
EU가 마련할 새 법의 관건은 관광도시들이 어느 수준까지 단기 임대를 제한해야 ‘비례적 규제’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지방정부의 규제 권한과 EU의 서비스 제공 자유 사이에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경우 피렌체와 파리 등에서 반복돼온 소송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도시별 주택시장 구조가 다른 만큼 일률적인 해법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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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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