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노사 합의안은 언젠가부터 무조건 부결입니다. 투표를 한 번 더 하면 반나절 쉴 수 있어 좋다는 노동조합원도 있습니다.”최근 한 조선사 직원이 던진 말이다. 업계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수년 전부터 1차 노사합의안은 부결되기 일쑤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사측도 1차 합의안에 제대로 된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 한 번에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내놓지 않고 추가 협상을 위한 여지를 남겨둔다. 소모적인 협상이 길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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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노사 갈등은 ‘하투(夏鬪)’를 넘어 ‘추투(秋鬪)’로 번지고 있다. 예년에는 임금 인상률과 복지 확대가 주요 쟁점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기업처럼 ‘n% 성과급’을 요구하는 곳이 늘었고, 개정 노동조합법 때문에 원·하청 갈등으로 전선이 넓어졌다. 포스코, HD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뿐 아니라 하나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파업에 휩쓸리고 있다.
조선·철강업계는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일부터 부분 파업을 시작한다. 4년 연속 파업이다. 포스코 노조는 오는 9일부터 첫 48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1968년 창사 후 58년간 이어온 포스코의 무분규 기록도 깨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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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합의안이 마련된 뒤에도 끝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불과 25표 차이로 부결됐다. 초과이익분배금(PS)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 쟁점이었다. 금호타이어도 임금 협상안과 단체협약안이 모두 부결됐다. 어렵게 마련한 합의안조차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생산 차질의 부담은 커진다. 노조가 파업으로 비워둔 현장에서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는 건 비(非)노조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2만 명을 넘어선 것도 국내 제조업의 인력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경직된 노사 문화’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손꼽힌다.
임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안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여러 차례 투표를 벌이는 상황이 이어지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제조업은 중국 기업의 추격과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거센 파고를 맞고 있다. 노사 모두가 얻어야 할 것은 협상 테이블에서의 작은 승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력과 일자리 확보다. 추투가 시작된 지금 어떻게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노사가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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