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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신중상주의 시대, 칸막이 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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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신중상주의 시대, 칸막이 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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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세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관세 전쟁이 예고되던 때였다.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찾아 산업 공동화를 우려하며 “전략 산업 분야에는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구상은 석 달 뒤 민주당의 대선 공약에 그대로 담겼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세법 개정안’에 이 공약을 현실화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일본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처럼 생산량과 연동한 조세지원 제도(국내생산세액공제)가 국내에도 도입된 것이다. 전략산업 지원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서 생산 단계까지 한 단계 넓힌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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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공제 조건을 겹겹이 덧붙여서다. 미국과 일본 제도와 달리 내국인이어야 하고 국내 판매분에 한하며 수도권과밀억제권역 공장은 제외된다. 통합투자세액공제와 중복 적용도 안 된다.

    6개 지원 대상 업종은 더 큰 논란을 불렀다. 태양광 발전·풍력 발전, 2차전지, 핵심소재 등과 함께 초호황인 반도체는 포함됐지만 중국과의 경쟁에 내몰린 전기차와 철강은 빠졌다. 산업통상부는 세제 설계 과정에서 전기차와 철강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법 개정안 발표 뒤 제외된 업계가 반발하고 국회 논란도 커지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기차·철강 지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전기차와 소형모듈원전(SMR)을 지원 대상에 추가한 별도 법안을 내놓으며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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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 규모도 일본과 큰 차이가 난다. 일본 재무성은 국내생산촉진세제로 평년도 기준 연간 2190억엔(약 2조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했다. 전기차, 그린스틸 등 전략품목에 상당한 재정비용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국내생산세액공제를 포함한 법인세 세수 감소를 5년간 1636억원으로 추산했다. 부동산 세제 등과 함께 국내생산세액공제 지원 업종을 어디까지 확대할지가 향후 국회 심사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범정부 전략을 설계하고 부처 간 이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점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한 전직 경제부처 차관은 “부처마다 각자의 관점에서 관할 재정과 조세 수단을 활용하는 고질적인 칸막이 산업정책이 되풀이된 것”이라고 했다. 재경부와 산업부를 조율할 상위 전략이 없다 보니 세수와 조세 형평성을 우선시하는 재경부 주도로 ‘지원은 하되 생색만 내는 수준’의 절충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산업정책 문제는 국내생산세액공제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국가전략기술’이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하는 것과 재경부가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지정하는 게 다르다. 공급망법, 기술보호법, 개별 산업육성법 등 20여 개 경제안보 법안 가운데 바이오, 우주항공 등에는 4~5개 법의 지원이 중첩된 반면 원자력은 전용 재원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김양희 대구대 교수). 희토류 대응을 놓고는 재경부와 국민성장펀드, 산업부가 저마다 별도 기금을 조성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동일 산업에 비슷한 혜택이 몰리고 정작 필요한 분야는 사각지대에 남아 정책 효과와 재정 효율을 떨어뜨린다.

    글로벌 경제 환경은 이런 칸막이 산업정책을 방치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중국의 공급 과잉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세계 시장의 교란도 커지고 있다. 태양광, 전기차, 철강 등에서 밀어내기식 수출이 확산하고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마저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워 자국 시장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보조금과 관세로 자국 생산을 끌어안는 경쟁이 격화하면서 ‘신중상주의’라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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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시대에 부처별 대책을 짜깁기하면 ‘반쪽짜리’ 정책만 되풀이된다. 필요한 것은 산업 전반을 조망해 지원 우선순위와 재원 배분 원칙을 함께 세우는 종합 전략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중국 공세에 흔들리는 철강, 전기차, 석유화학까지 정책 지원의 우선순위에 제대로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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