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3일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부동산 세제를 중심으로 정부안을 수정한 것은 젊은 층과 고령자층뿐 아니라 전통적 지지층인 40·50대의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정부안을 공개한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함께 흔들리면서다. 다만 다주택자와 초고가주택 규제를 강화한다는 틀을 유지한 만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거주 1주택 공제 12억원 유지
재정경제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과 보유세 세부담 상한율,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조항 등을 수정한 ‘2026년 세제 개편안’ 정부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은 3일까지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에서 심사받을 예정이다.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주요 내용을 변경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정부는 먼저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춘 원안을 취소하고 현행 기본공제액(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보유세 부담 상한율도 200%에서 현행 150%로 되돌렸다. 지난달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내년 보유세가 올해의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도록 상한선을 올렸는데 이를 백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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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9억원에서 4억원으로 내린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기본공제금액도 1인당 6억원으로 상향했다. 비거주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해주는 ‘부득이한 사유’는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향후 시행령에서 개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급선회’
정부는 최근까지도 세제 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한 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여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정부안 수정 필요성을 제기한 데다 1주택자를 거주 여부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발이 이어지자 급히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ADVERTISEMEN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공제금액과 세부담 상한을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통해 보유세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을 올리는 속도가 느려질 뿐 세제 강화라는 방침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ISA 제도도 원상 복구
ISA 규정도 원상 복구했다. 지금처럼 연 납부 한도(2000만원) 미사용분을 이월할 수 있고, 가입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새로 신설하는 생산적금융 ISA 역시 계약기간 제한을 풀었다. 청년형 ISA와 청년미래적금의 중복 가입을 막은 원안도 중복 가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꿨다.이날 의결된 세제 개편안에는 ‘주가누르기방지법’ 수정안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동종업계 하위 10~25%에 머문 상장사를 주가누르기 기업으로 간주해 세 부담을 높이는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당 등에서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정기국회 심사 과정에서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정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베어허그 지원법’이다. 베어허그란 저평가 상장사에 대해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제안이 들어오면 이를 주주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다. 적대적 M&A 제안이 공개되면 경영진에 기업가치를 높이라는 압박이 커져 주가 재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베어허그 M&A 지원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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