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초격차 지킨다
올해 한국 경제는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성장률도 3%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를 밑도는 잠재성장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5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기 개선세에도 정부가 사상 최대 재정지출에 나선 배경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포스트 반도체’ 등에 대규모로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ADVERTISEMENT
우선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AIDC)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프런티어급 AI 모델 구축 등에 총 21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2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해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수도권·서남권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 속도를 높이는 데 4000억원,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통합 지원에 1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제조, 스마트팩토리 등 피지컬 AI 8대 분야 현장 실증에 5000억원을 편성한 것도 눈에 띈다. AIDC 부품 성능 검증을 위한 테스트랩 구축 등 AIDC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5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전력에 대한 출자(5000억원)를 비롯해 전력(1조5000억원), 용수(4000억원), 산업단지(2000억원) 등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 프런티어급 독자 AI 모델 개발에는 5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최상위급 그래픽처리장치(GPU) 베라루빈 1만 개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다.
◇제2의 반도체 신화 지원
반도체 초격차를 지속하면서도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미래 성장엔진 확충에 총 62조8000억원을 쏟아붓는 이유다. 정부는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 바이오, 첨단 공급망 등 미래 성장을 주도할 7대 ‘국가전략 핵심기술’ 연구개발(R&D)에 39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ADVERTISEMENT
에너지 전환에도 힘을 쏟는다. 공장 지붕 태양광 설치 등 재생에너지 보급, 햇빛소득마을 확산(700개→2200개) 등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수를 올해 30만 대에서 내년 43만 대로 대폭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과 재도전 지원도 미래 성장 예산에 담았다. ‘모두의 창업’ 선발 인원을 올해 1만5000명에서 내년 2만 명으로 늘리고, 사업화 자금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한다. 재도약 지원자금 예산은 올해 6125억원에서 내년 84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성장·재정 건전성 동시 달성”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이 총수요를 자극하느냐, 총공급을 확충하느냐 중 어디에 더 방점을 찍고 있는지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 긴축으로 돌아선 가운데 정부가 확장 재정을 택한 것이 ‘엇박자’라는 우려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취약계층 지원 예산 등이 총수요를 자극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하면 반등시킬 것이냐, 즉 총공급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냐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박 장관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에도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0.1%로 최근 20년 내 가장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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