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신 청구서'는 10월 2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달라질 사법 환경의 사회적 비용을 짚어본다. 개정법 시행으로 보완수사권을 지닌 검사를 통해 미진한 수사를 걸러내던 장치가 사라지는 만큼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대가로 어떻게 되돌아오고 있는지 추적한다. [편집자주]
<i>"찾는 분들이 꽤 많아요. 분명 비상용 호루라기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만 다 나간 것 같네요."</i>
얼마전 찾은 서울 송파구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1000원짜리 '비상용 호신벨'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텅 빈 진열대를 가리키며 이같이 답했다.
잇따른 강력범죄에 경찰의 부실 대응이 겹치면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 저렴한 호신벨부터 스프레이·삼단봉·전기충격기까지 찾는 제품도 다양해졌다. 스토킹이나 협박 피해 걱정에 사설 경호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일반인도 나오고 있다.
◇ 다이소선 '품절'…고가 전문점도 꾸준한 수요
1일 네이버 데이터랩 쇼핑인사이트에 따르면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인 지난달 25일 '호신용품' 클릭지수는 100까지 치솟았다. 해당 지표는 조회 기간 중 클릭량이 가장 많았던 시점을 100으로 놓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 수치다. 경찰의 초동조치와 사건 처리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한 시점과 맞물린다.ADVERTISEMENT

최근 3개월 동안 이 지수가 100을 기록한 날은 또 있다.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 부실수사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7월 5일이다. 당시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검찰 압수수색 전 훼손된 리얼 돌과 휴대전화를 폐기한 사실과 경찰이 스토킹·성폭력 신고에도 장윤기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문제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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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경기 성남에서는 접근금지 조치와 스마트워치 지급에도 스토킹 피해자가 옛 연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권력의 피해자 보호 능력에 대한 불안이 커진 시점과 호신용품 관심이 치솟은 시점이 겹친 셈이다.
취재진이 최근 찾은 송파구 오금동과 송파동 일대 다이소 3곳에서는 모두 호신벨 재고를 찾을 수 없었다. '가성비' 호신용품을 찾는 소비자가 몰리면서다. 해당 제품은 고리를 뽑으면 제품 설명상 자동차 경보음과 맞먹는 100데시벨(dB)의 경보음이 울린다. 취재진은 4번째 찾은 매장에서 이 상품을 구할 수 있었다.
얼마전 다이소에서 호신벨을 구입한 30대 여성은 "1000원짜리라 우습게 봤는데 고리를 살짝 당기는 순간 귀가 멍해질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며 "이 정도 성능이면 사고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호신용품 전문점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동작구의 한 전문점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삼단봉을 구입했다. 근처에 사냐는 물음에 "호신용품을 상담받으러 택시 타고 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치안이 워낙 불안하다보니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구매했다"며 "범죄가 여성에만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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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용품을 찾는 남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쇼핑인사이트에서 최근 3개월간 호신용품을 클릭한 이용자의 성별 비중은 남성이 약 70%, 여성이 약 30%였다. 여기에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건네기 위해 구매한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의 호신용품 구매 후기에서는 부인이나 자녀에게 주기 위해 제품을 샀다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하트 모양 키링이나 분홍색 립밤 형태 등 휴대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호신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 2만원대 스프레이부터 10만원대 전기충격기까지
호신용품 전문점을 찾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가격대가 높아도 성능만 확실하면 기꺼이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송파구의 한 호신용품 업체 관계자는 "남녀 할 것 없이 스프레이를 많이 구매하고, 여성은 전기충격기를, 남성은 허가가 필요 없는 가스분사기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호신용품에 대한 수요는 늘상 있지만,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확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이 매장에서 여성 고객이 주로 찾는 제품은 호신용 스프레이와 전기충격기다. 해당 업체가 판매하는 스프레이 가격은 2만~3만원 안팎이다. 호신용 스프레이는 비교적 저렴하고 휴대하기 편해 여성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약 3m 거리까지 액체를 분사할 수 있으며, 한 제품으로 약 30회 사용할 수 있다. 업체 측은 얼굴을 정확히 겨냥하지 못하더라도 상반신에 분사하면 상대방의 접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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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충격기는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충격기 같은 경우는 근접한 상황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소리가 세기 때문에 그것만 듣고도 상대방이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이 관계자가 전기충격기를 작동시키자 매장 안에 큰 방전음이 울려 퍼졌다. 직접 자기 몸에 전기충격기를 시험해봤다는 이 관계자는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쓰러지거나 기절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도망갈 시간은 벌어준다"고 말했다.
다만 호신용품을 구입할 때는 제품 종류와 성능에 따라 소지 허가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전자충격기와 가스분사기 등은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특수상해나 폭행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 1인당 일일 20만원 하는 사설경호도 인기
호신용품을 넘어 사설경호를 찾는 일반인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과거 사설경호는 연예인이나 기업인 등 일부 유명인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스토킹·교제폭력·협박 피해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한 사설경호업체 관계자는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거나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아 경호를 요청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일부 업체는 집과 직장 등을 오갈 때 동행하는 픽업 서비스부터 일정 기간 밀착 보호하는 신변보호 서비스도 제공한다. 비용은 경호원 수와 투입 시간, 의뢰인의 위험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일반적인 신변보호 비용은 경호원 1명당 8시간 기준 20만~25만원 안팎이다. 통상 2인 1조로 배치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약 40만~50만원, 일주일이면 300만원 안팎을 부담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피해자 개인 지갑에서 내는 셈"이라며 "형사소송법이 개정 시행되면 호신용품과 사설경호를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