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금(金)값’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김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K김’이 불티나게 팔리고 기후변화로 생산 차질 우려까지 커지면서 김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예상과 정반대 흐름이다. 양식면적 확대와 양호한 작황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기반으로 한 한경프라이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마른김 도매가격은 1속(100장)당 1만200원으로 집계됐다. 1주일 전 1만3500원보다 24.4% 떨어졌다. 1년 전 1만2700원과 비교해도 19.7%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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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가격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세계적으로 김이 건강 간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급증한 데다 고수온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마른김 도매가격은 2023년까지만 해도 1속당 5000~6000원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1만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마른김 도매가격은 2019년 10장당 연평균 922원에서 지난해 1373원으로 48.9% 상승했다.
최근 김값의 흐름은 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다. 정부가 김값 급등에 대응해 양식장을 대폭 늘린 데다 작황도 좋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김 수급 안정을 위해 2700㏊ 규모의 신규 양식장을 개발했다. 이에 기상 호조까지 겹치면서 2025년산 김 생산량은 전년보다 36.1% 늘어난 2억369만속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해 인천·경기 등에서 626㏊를 추가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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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생산은 비교적 양호했다. 해수부가 지난 6월 집계한 2026년산 마른김 생산량은 약 1억8000만속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2억속 수준보다는 줄었지만 국내 마른김의 과거 연평균 생산량인 1억5000만속을 크게 웃돈다. 해수부는 “2년 연속 물김 생산이 양호해 마른김과 조미김 가격이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출이 늘면 국내에서 먹을 김이 줄어 무조건 가격이 오른다는 통념도 최근 연구에서는 깨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2005~2025년 월별 가격과 생산·수출량을 분석한 결과 수출 확대가 국내 소비자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린다는 통계적 근거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수요가 늘면 원료인 물김 산지가격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가공·유통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완충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 생산량 확대가 맞물리면서 국내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세계 김 수요가 2030년 2억1000만속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을 줄여 국내 가격을 잡기보다 생산 기반을 키워 두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김값이 당장 같은 폭으로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KMI 분석에 따르면 마른김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는 가격이 오를 때와 내릴 때 반응 속도와 폭이 다른 ‘비대칭적 가격 전이’가 나타났다. 원료값이 급락했다고 대형마트의 조미김이나 식당 김밥 가격이 곧바로 내려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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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험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은 차가운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만큼 가을철까지 높은 수온이 이어질 경우 채묘와 초기 생육이 늦어질 수 있다. 정부가 양식장을 북쪽과 도서지역으로 확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수온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최근 김값 하락은 ‘수출이 늘면 김값이 오른다’는 단순한 공식보다 공급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가 가격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동안 소비자 장바구니를 부담스럽게 했던 ‘금값 김’이 본격적인 안정기에 들어설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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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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