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만기를 앞두고 갱신청구권을 쓰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집을 내놨다고 하더라고요.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나가야 한다는데, 주변 전셋집을 알아보니 제가 들어왔을 때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올랐더라고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직장에서 더 멀어지더라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무주택자들에게 '서울살이'의 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전셋값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서민과 청년층이 많이 찾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전·월세와 매매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매물까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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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평균 전셋값이 7억원을 돌파하며 7억458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가격이 720만원 더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간 것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북 15개 구 평균 전셋값이 전월 5억8685만원에서 5억9351만원으로 1.13% 올랐다. 강남 11개 구는 전월 8억1104만원에서 8억1877만원으로 0.95% 상승했다. 금액 자체는 강남권의 전셋값 상승 폭이 더 컸지만, 상승률로 보면 강북권이 강남권을 웃돈다.

서울 외곽에서는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가 매매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몰리며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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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0.29% 오른 가운데, 중랑구(0.56%)와 성북구(0.55%), 강북구(0.55%), 도봉구(0.54%), 노원구(0.54%), 서대문구(0.53%), 강서구(0.50%) 등은 0.50%가 넘는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매물 감소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해 도봉구는 매물량은 21.5%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중랑구(-17.9%), 관악구(-13.7%), 금천구(-11.8%), 노원구(-10.7%), 종로구(-7.7%), 구로구(-7.4%), 강북구(-7.2%), 은평구(-6.8%) 등에서도 매물이 줄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과 한강벨트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남구(21.3%), 서초구(25.5%), 송파구(25.1%)와 성동구(26.1%), 마포구(20.5%), 용산구(12.8%), 광진구(8.5%) 등은 매물이 증가했다.
이들 지역 곳곳에서는 최근 거래가격보다 수억원 낮은 급매와 '급급매'도 등장하고 있다. 세금 부담 등을 고려해 매도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면서다. 문제는 이런 '급매'가 일반적인 직장인 무주택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이다. 대출이 막힌 상태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수요자는 결국 '서울 밖'으로 향한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 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는 17만81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6636명보다 1만1542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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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거주를 강조하는 정책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시장 불안 속에 대체할 수 있는 가격대로 자가 이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서울 외곽지역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외곽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연말까지는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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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랩장은 이어 상승한 전월세 가격이나 매매 가격을 소화할 수 없는 수요자는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이나 연립다세대로 가는 등 '상품'을 낮추거나 △서울을 선택하는 대신 경기도를 선택하는 등 '로케이션'을 바꾸거나 △전용면적 84㎡를 선택하는 대신 59㎡로 가는 등 '가액'을 줄이는 등의 세 가지 선택지 중에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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