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건설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로 번지고 있다. 건설 규제에 나선 정치인을 향해 노조가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으면서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의 새로운 쟁점으로 데이터센터가 부상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주민 반발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민주·공화 양당 정치인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건설노조와 업계 단체들은 이런 조치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를 철회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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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워싱턴DC에서 배관·기계설비 노동자를 대표하는 스팀피터스 UA 로컬 602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데이터센터 문제에 분명한 선을 긋겠다"고 공지했다.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정치인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이번 사안을 조직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오랜 정치적 연대가 흔들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캔자스에서 냉난방·공조(HVAC)와 철도 노동자를 대표하는 한 노조는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지한 관행을 깨고 공화당 소속 타이 매스터슨 주 상원의원을 주지사 후보로 지지했다. 민주당 후보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제동에 건설 노조 집단 반발
일부 노조는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도 나섰다. 스팀피터스 UA 로컬 602의 시드니 보니야 재무·사업책임자는 "조합원들이 후보를 위해 집집이 찾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정치자금도 지원한다"며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오긴 했지만, 우리의 생계가 달린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노조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ADVERTISEMENT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에는 데이터센터가 까다로운 쟁점이 됐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노동계의 조직력과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들의 지지를 얻고자 데이터센터 건설을 옹호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반발을 살 수 있는 탓이다.
위스콘신에서는 전기기사의 아들인 민주당 주지사 후보 데이비드 크롤리가 일부 건설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데이터센터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전면 금지나 건설 중단에는 반대하자 공화당 소속 톰 티퍼니 연방 하원의원은 "노동계와 데이터센터 건설업계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며 그를 공격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확대를 지지한 상대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전기요금과 물 사용, 소음 등의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효과를 설파하던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도 지역 주민에게 동조해 데이터센터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은 반대·노조는 찬성…美 정치권 골머리
미국 워싱턴 DC, 메릴랜드(MD), 버지니아(VA) 지역을 관할하는 국제전기공사노조(IBEW) 지부 로컬 26의 돈 슬레이먼 정치담당은 "각종 복지 혜택과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일자리는 노동자가 상위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기회"라며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면서 노동자의 지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힘입어 IBEW 로컬 26 조합원들의 지난해 총근로시간은 2800만시간에 달했다. 10년 전 1400만시간에서 두 배로 늘었다. 이 노조 소속 전기기사들은 데이터센터 사업을 지지하기 위해 공청회와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도 직접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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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한목소리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일부 노조는 데이터센터 확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미국 최대 노동조합 연맹인 AFL-CIO 소속 노조들은 지난 6월 AI와 데이터센터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데이터센터가 수만 명의 노조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AI로 노동 환경과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는 것은 막겠다는 내용이다.
러트거스대 노동교육행동연구네트워크의 토드 바숀 소장은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선거일까지 어떻게 정리될지가 정치권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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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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