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562.72

  • 273.08
  • 3.99%
코스닥

803.98

  • 17.27
  • 2.1%
1/3

칼로 긋고 꿰매 '흉터'를 만들다… 카데르 아티아 서울 첫 개인전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칼로 긋고 꿰매 '흉터'를 만들다… 카데르 아티아 서울 첫 개인전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서양은 깨진 유물을 복원할 때 '원상 복구'를 추구한다. 망가지기 전의 상태처럼 감쪽같이 되돌리는 게 복원의 목표다. 그런데 비(非)서구 문화권에서는 깨진 자리를 굳이 숨기지 않고, 다른 재료를 덧대 이어 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의 복원은 새로운 예술이 되기도 한다. 망가진 도자기 조각을 이어 붙인 뒤 깨진 선을 따라 금·은 가루를 장식하는 일본의 공예 '킨츠기'가 대표적이다.

    알제리계 프랑스 작가 카데르 아티아(56)는 후자의 방식에 주목해온 작가다. "흉터는 지워야 할 실패가 아니라 무엇을 겪었는지 알려주는 기록"이라는 게 작가의 지론이다.

    ADVERTISEMENT


    아티아는 세계 미술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작가다. 2016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미술상인 마르셀 뒤샹상을 받았고, 올해는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전시에 나란히 참여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입주 작가로도 지냈다. 한국과는 2018년 광주비엔날레, 2021년 리움미술관 단체전 등으로 인연을 맺어왔다.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열리는 '되돌리지 않는 수리(Irreparable Repairs)'는 그의 서울 첫 개인전이다. 그가 20여 년간 집중한 주제 '상처와 수리'를 조각과 설치, 사진으로 풀어낸 자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칼로 길게 그은 캔버스를 바늘과 실로 다시 꿰맨 평면 작품 '무제'다. 정교한 바느질 솜씨로 꿰맨 자국은 그대로 남아 흉터처럼 화면을 가로지른다. 상처를 지우는 대신 흉터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ADVERTISEMENT


    거울을 사용한 작품도 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검은 거울은 과거 유럽에서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었던 존재다. 작가는 그 매끄러운 표면을 칼로 자르고 긁어 상처를 냈다. 관객이 다가설수록 얼굴은 볼록거울을 따라 길게 늘어나고, 상처가 난 자리에서 뚝 끊긴다. 거울 앞에 선 사람은 자기 얼굴 대신 우리 존재에 새겨진 상처를 보게 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아프리카 전통 가면을 본떠 만든 뒤 거울 조각을 촘촘히 붙인 '거울과 가면(Mirrors and Masks)' 연작도 마찬가지다. 가면은 원래 얼굴을 가리는 물건이지만, 이 가면은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수십 조각으로 쪼개 비춘다. 사람은 여러 정체성과 자아를 동시에 품고 있는 다면적 존재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마트와 약국에서 쓰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색이 선명한 유리로 떠낸 조각도 나왔다. 잠깐 쓰고 버리는 물건을 수백 년 가는 재료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구겨진 주름까지 그대로 옮겼지만, 그 속은 비어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을 어떻게든 남겨두려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