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한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부 불가능의 영역일까. 새가 그림을 찢고 나와 날개를 퍼덕이고, 순간이동을 하고, 로켓에서 찬란한 우주의 별을 바라보는 것. 이 마법 같은 일들은 마술을 만나 현실이 됐다. 30년간 상상력을 주무르고, 동심을 자극하는 일에 몰두해온 이은결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은결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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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1996년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술을 선보이던 고등학생에서 세계대회를 석권하고, 단독 공연으로 관객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현재의 이은결이 있기까지 뚝심 있는 그의 30년 세월을 압축했다.
공연은 시작부터 화려하고 웅장한 비주얼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이은결은 거대한 헬기를 타고 등장했고, 미녀 어시스턴트와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갇힌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의 위치가 순식간에 바뀌는 등 놀라운 광경이 이어지면서 객석은 단번에 환호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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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은 첫 세계대회 우승, 첫 단독 공연, 소속사 문제로 위기를 겪고 다시금 재기한 순간 등 삶의 전환점이 됐던 순간에 맞춰 다양한 마술을 선보였다. 카드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고, 하얀 도화지에 그린 새 그림은 실제 새가 되어 날개를 펼쳤다.
지금의 이은결이 느끼는 것들을 표현해낸 현대적인 무대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온라인 세계를 표현한 네모난 상자에 갇힌 이은결의 움직임을 따라갔는데, 어느샌가 그가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은결은 자신을 마술사가 아닌 일루셔니스트라 칭하고 있다. 단순히 트릭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걸 넘어 환상과 영감을 주는 공연의 한 형태를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훌륭한 수식어였다.
그에게 영감을 준 프랑스의 마술사이자 영화감독인 조르주 멜리에스의 다양한 영상 기법을 활용한 무대로 새로운 관객 경험을 선사했다. 어린이 관객을 무대 위로 부른 뒤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을 꿈꿨던 자신의 동심을 그대로 재현해주기도 했다. 파도 소리에 맞춰 객석에서 파란 천이 일렁일 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기분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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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공연의 백미로 꼽히는 '일루션 오브 아프리카'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어떠한 트릭 없이 손동작만으로 아프리카를 대신 경험하게 해주는 아날로그적인 아트다. '원 오브 원'이라는 공연명에 딱 걸맞은 구성이었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치열하게 몰두해온 30년간의 집념이 있기에 가능한, 단 하나의 공연이었다.
이은결은 "불가능한 걸 해내는 게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무대에서 '상상'이라는 단어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로 치환되지 않았다. 밑동만 남아있던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며 공연은 마무리됐다. 마음껏 상상하고 꿈꿀 때 비로소 삶은 풍족해진다. 30년간 불가능의 영역을 연구해 온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선물한 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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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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