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건설 시장이 단순 시공 중심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 인프라와 고부가가치 투자 개발형 사업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도 공사기간 준수와 시공·개발 노하우를 앞세운 ‘K디벨로퍼’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인 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은 “해외 건설 수주 시장이 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을 맞았다”고 지난 28일 강조했다. 글로벌 산업의 판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단순히 수주 금액만 늘리는 ‘양적 성장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이다. 전통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양적 성장에 타격을 받았지만, 이를 질적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첨단 인프라 수주뿐 아니라 향후 예상되는 중동 재건 사업과 융복합 도시 개발 시장을 선점하면 ‘연 500억달러’ 수주 목표도 달성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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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 수주 트렌드는 무엇입니까.
“해외 건설 시장이 기존 플랜트 중심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배터리 등 첨단 산업 생산시설과 미래 인프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개발형(디벨로퍼) 사업, 고부가가치 투자개발형 사업(PPP), 운영·관리(O&M), 금융이 결합한 사업 등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는 설계·조달·시공(EPC)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 단순 시공 경쟁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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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석유·가스 플랜트 등 중동 지역 산업설비 중심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시설, 원전과 전력망(독립발전사업자),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철도·공항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분야는 단순 시공뿐 아니라 유지 관리와 운영이 연계되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업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개발과 투자,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사업자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이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전쟁 등의 여파로 일부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순연되면서 수주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원전, LNG, 데이터센터, 철도, 공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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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변화도 눈에 띄는데요.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의 상반기 수주액이 12억7179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77.2% 줄었습니다. 태평양·북미 지역은 72억4567만달러로 전년 동기(27억3401만달러)에 비해 2.6배 증가했습니다. 해외 건설은 산업 구조 고도화에 맞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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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재건 사업 전망은 어떻습니까.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이란 시장이 개방될 가능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목됩니다. 이 지역의 도시 개발·산업단지·에너지·교통 인프라 사업은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만 재건 사업은 정치적 합의와 재원 조달, 국제사회 지원 등이 전제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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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주 목표는 500억달러입니다.
“지난해 473억달러어치를 수주해 양적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수주액 500억달러 달성은 해외 건설 산업의 체질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성과가 될 것입니다. 메가 프로젝트에 의존하기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건설업체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높은 신인도와 차별화된 시공 경쟁력, 정해진 시간과 예산에 맞춰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역량이 강점입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시설 건설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도 두드러집니다. 공기를 준수하면서도 높은 품질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정부와 유관기관은 AI, 빌딩정보모델링(BIM), 드론, 디지털트윈 등 정보통신기술과 건설 기술을 융합해 설계·시공·유지 관리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콘테크(건설 스타트업) 분야 지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개별 기술을 통합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표준화된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는 게 주요 과제입니다.”
▷금융지원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부가가치 투자개발형 사업(PPP) 시장이 확대되면서 금융 조달 경쟁력이 수주 성패를 좌우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다자개발은행(MDB), 수출플러스지원단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맞춤형 금융 지원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현실적 한계가 많습니다.
“최근 해외 건설 시장은 시공 능력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 친환경·에너지 기술, 운영·유지 관리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전문성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각 기업이 특화 분야를 구축하고 국제 계약과 클레임 대응, 현지 법률·세무·노무 관리 역량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정부도 사업 발굴부터 조사·분석, 금융·보증, 계약 체결까지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협회 역할이 더 막중합니다.
“해외 건설이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망국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기획·제안·수행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K팝 등 다양한 산업을 접목한 융복합 K시티 조성 등 해외 도시 개발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축적된 해외 건설 데이터를 AI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데도 힘쓰겠습니다.”
이유정/정의진 기자
■ 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은
△1956년 대전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영국 버밍엄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행정고시 제23회
△건설교통부 건설경제과장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
△국토해양부 제1차관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해외건설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