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한 B씨는 가게를 넘기며 새 임차인에게서 권리금 22억원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건물주 A씨가 새 임차인에게 기존 월세 600만원의 세 배가 넘는 2000만원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깨졌다. B씨는 A씨가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 권리금을 받을 기회를 막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은 건물주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를 막기 위한 과도한 임대료 요구였는지 더 따져봐야 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과 B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맞소송에서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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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2001년부터 A씨 소유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2018년에는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에 계약을 갱신했고 이후 묵시적으로 계약이 이어졌다. 2023년 말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B씨는 새 임차인 C씨와 권리금 22억원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새 임대차계약 과정에서 생겼다. A씨가 C씨에게 보증금 5억원, 월세 200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월세는 기존의 약 3.3배, 보증금까지 월세로 환산한 금액은 기존의 약 3.6배였다. C씨는 임대차계약을 포기했고 B씨와의 권리금 계약도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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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A씨가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를 불러 새 임차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가 주변 시세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요구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2심은 B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약국이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1억원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제시한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새 임대료가 과도한지 보려면 주변 상가 시세뿐 아니라 기존 임대료와 새 임대료의 차이, 상가의 적정 임대료,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봤다. 특히 기존보다 세 배 넘는 임대료를 요구하면서 별다른 협상 여지도 두지 않은 점은 새 임차인의 계약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적정 임대료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청구를 곧바로 기각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감정 등을 통해 적정 임대료를 확인한 뒤 실제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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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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