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선다형 수능을 출제해 이제는 더 낼 문제가 없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문제를 비정상적으로 꼬아야 할 정도라면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정미라 경기 진덕고 교사)
“서·논술형 도입 얘기를 듣고 조선의 음서제가 떠올랐습니다. 준비할 여건을 갖춘 학부모의 자녀에게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수연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

국가교육위원회가 29일 경기 화성 YBM연수원에서 연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국민참여위원회 숙의토론회’에서는 교사·학부모·학생 등 국민참여위원 200여명이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팽팽한 토론을 벌였다. 서·논술형 확대가 학생의 사고력을 평가하고 학교 수업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그 효과와 공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데다 평가 형식만 바꿔서는 사교육과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맞섰다.
이날 서·논술형 평가 확대 찬성 측 발제자로 나선 정미라 진덕고 교사는 반복되는 고난도 문항 출제와 n수생의 강세를 현행 수능의 한계로 들며 “수능 최상위권의 경우에는 역량이 아닌 문제풀이 스킬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1994년부터 출제해 온 수능에서 더 낼 문제가 있겠느냐”며 “비정상적으로 문제를 꼬거나 외부 지문을 활용해 출제해야 한다면 제도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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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자료를 분석·검증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역량을 평가하려면 서·논술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영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평가는 곧 학생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라며 “평가가 달라지면 교실의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면 정답을 고르는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토론하는 수업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취지다.
반대 측에서는 서·논술형이 실제로 학생의 사고력을 더 잘 측정할 수 있는지, 대규모 대입시험에서도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송미나 광주 하남중앙초 수석교사는 “서·논술형 확대가 실제 사고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검증 없이 서·논술형을 확대 도입한다면 출제·채점과 민원, 평가 신뢰성 확보 등에 대한 책임은 교사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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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논술형이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른 교육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수연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발 빠른 학부모들은 서·논술 전형이 확대되면 채점 기준과 출제자의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 사교육 업체를 찾아갈 것”이라며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논술형 도입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조선의 음서제도가 떠올랐다”며 “서·논술을 가르칠 능력이 되는 학부모의 자녀는 적응할 수 있지만, 학교 교육에만 맡겨온 일반 학부모의 자녀는 적응하기 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논술형 도입에 앞서 현행 대입 문제의 원인이 평가 방식에 있는지, 대학 서열화와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에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범대 재학생인 이상권 국민참여위원은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이 선다형 수능의 형식에서 기인한 것인지,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논술형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대입에서 수능이 갖는 영향력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학부모 국민참여위원은 “서·논술형 확대는 높은 수능의 위상을 유지한 채 평가를 고도화하고, 객관식에서 논·서술형으로 방식만 바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만큼 대입의 문턱을 낮추고, 대학 교육과 졸업 단계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첫날 발제와 소그룹 토론에서 도출된 쟁점을 토대로 오는 30일 미래 대입제도에 대한 숙의를 이어간다. 이틀간 국민참여위원들이 제시한 의견과 토론 결과는 향후 국가교육위원회의 미래 대입제도 논의에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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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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