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3%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후 또다시 인상을 단행하는, 2022년 이후 4년 만의 ‘백투백(back to back)’ 인상이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흐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금리 연속 인상 배경으로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 궤도에 진입한 가운데 수요 측 압력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차단에 나선 것이다. 신 총재는 “호미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했다. 물가 오름세를 가래로 막는 상황이 오기 전에 호미로 차단해보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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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은은 돈 줄을 조이겠다는데, 정부는 돈을 더 풀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정부는 사상 최대인 ‘800조원+알파(α)’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다. 총지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인 ‘초(超)슈퍼 예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은의 금리 인상 하루 전인 2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시중 유동성 증가에도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재정당국은 재정당국의 일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확장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앞서 언급한 정책 예고와는 정반대 대응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김 실장은 지난 6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이 호황이다. 매크로적으로 통화나 재정은 긴축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기한 필요성대로 통화당국은 긴축 기조로 진입했다. 그런데 재정정책은 2개월 만에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김 실장은 당시 “기업 부분이나 민간 사이드에서 이익이 엄청나다”면서 “민간 쪽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재정까지) 확장으로 가면 어떻게 되겠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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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지난 7월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밀레니엄포럼’ 강연에서도 “유동성이라는 산소가 맹렬하게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동성이라는 ‘산소’가 부동산 시장 과열은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불을 당기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였다. 유동성이 과도하게 공급되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려 집값 상승을 유발하고, 총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게 일반적이다.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엇박자’ 지적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적극 설명에 나섰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은 28일 SNS에 ‘엇박자가 아니라 정교한 조합(Policy Mix)’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류 보좌관은 “(엇박자 지적이)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현실을 들여다보면 타당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전반적인 ‘경기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류 보좌관은 “대내외 리스크와 물가 관리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과 고금리로 타격을 입은 부문을 보듬고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선별적·적극적 재정 정책은 결코 상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류 보좌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와 함께, 청년 지원,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보호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편성됐다”고 했다.
신 총재도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이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재정지출의 형태나 규모, 용도에 따라 답이 정해지는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봐서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더 적용된다고 하면 잠재성장률을 올리면서 반드시 엇박자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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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엇박자’가 안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신 총재는 ‘미래 성장’과 ‘잠재성장률 투자’를 엇박자가 되지 않기 위한 기본 전제로 언급했다. 반대로 말하면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미래 성장 분야에 막대한 재정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는다면, 나아가 단순히 재정을 뿌리는 형식의 예산 사업이 주를 이룬다면 통화와 재정 정책의 충돌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다만 “앞으로 나올 (재정 지출의) 규모나 용도, 속도를 보고 좀 더 답변하겠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인지 ‘정교한 조합’인지는 곧 공개될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 시장이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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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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