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헌법 104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헌법이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사실상 거부할 수 있는지를 두고 위헌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ADVERTISEMENT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손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대통령에게 사실상 '제청 거부권'이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 104조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DVERTISEMENT
헌법상 절차대로라면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한 뒤 국회가 임명동의 여부를 표결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통령이 국회 표결에 앞서 대법원장의 제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할 권한이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대볍관 재제청 요구를 '위헌', '삼권분립 부정 행위'라며 맹공에 나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명백한 헌법위반으로 강력 규탄한다"며 "이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대법원장 제청권을 부정하고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주장은 대법관 제청에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대통령은 '제청'과 '임명'에 2번 개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이송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인사검증과 동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기도 하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는데, 인사청문회의 기회를 원천 봉쇄한 것은 국회와 국민의 검증 권리를 부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그는 "오늘 청와대의 결정은 사법부와 입법부의 헌법상 권한을 훼손하는 명백한 삼권분립 부정 행위"라며 "나아가 임기중 22명의 대법관을 모두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하기 위한 사법부 길들이기의 신호탄"이라고 직격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 대통령의 거부로 인해 손 후보자에 대한 동의여부를 심의할 헌법적 책무와 권한이 침해당했다"며 야권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을 제안했다.
ADVERTISEMENT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