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올해 들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여러 담합 사건에서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7개 밀가루 제분사의 담합 사건, 4개 전분ㆍ전분당 제조사의 담합 사건, 6개 인쇄용지 제지사의 담합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같은 명령을 내린 이후 20년 만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시장의 가격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가격 개입'보다는 '시장 경쟁 촉진'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수가 많아 개개인이 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완전경쟁시장에서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생산자잉여와 소비자잉여를 더한 총후생도 최대가 된다.
ADVERTISEMENT
따라서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과제이고, 미국, EU,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를 담당하는 경쟁당국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가격을 직접적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장 적절한 가격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 가격에 개입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여 비효율을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가격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저절로 정해지도록 한다.
ADVERTISEMENT
우리나라의 경쟁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에서 가격의 수준을 판단해 너무 높게 책정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조항이 있기는 하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중 가격남용행위(제5조 제1항 제1호) 조항이 그것이다.
이 조항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다시 말해 독과점 사업자가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의 인하를 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적용해 처분한 사건은 신용카드 수수료와 관련한 사건(공정거래위원회 2001. 3. 28. 의결 제2001-040호)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처분마저도 행정소송에서 취소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시장이 독과점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남용에 대한 심결례가 드문 것은 가격 수준이 부당하게 높은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의 필요성
공정거래법에서는 법위반 행위에 대하여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넓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 운영지침'에서는 시정조치 유형으로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작위명령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위 운영지침에서는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이 필요한 경우의 예시로 가) 담합 금지 규정을 위반한 명백한 합의가 있고, 나) 최종 심의일까지 그 합의가 종료되지 않아 부당한 공동행위가 유지되고 있으며, 다) 부당한 공동행위에 있어 공동행위가 관행화되어 있거나 시장구조가 과점화되어 있어 향후 공동행위의 재발가능성이 크며, 라) 가격공동행위의 기간이 장기간에 걸쳐 있어, 마) 합의에 의한 가격 결정ㆍ유지ㆍ변경행위의 중지를 구체적인 작위명령으로 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ADVERTISEMENT
이 예시에 해당한다면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이 타당해 보인다. 합의로 인해 시장가격이 왜곡된 것이 명확하고, 심의일까지 합의가 종료되지 않아 이러한 왜곡이 지속되고 있으며, 시장구조 자체가 합의하기 용이한 모습으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업자들이 독자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도록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원도 20년 전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가격 재결정 및 보고명령은 위 합의에 참가한 당사자들이 위 합의의 효력이 상실된 후에도 여전히 합의된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보여지는바, 이는 법의 취지에 비추어 적절하다고 보여진다'고 판시(서울고등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누22288 판결)하여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의 과제

그러나 위 운영지침의 내용은 예시에 불과할 뿐이고,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요건은 아니다. 그리고 올해 일련의 담합 사건의 경우 예시와는 상황이 달랐다. 즉, 심의일 이전에 담합이 종료되었고, 심지어 담합 종료 후 사업자들이 이미 가격을 다시 결정한 사건도 있었다.
ADVERTISEMENT
담합이 종료되었다면 시장이 다시 경쟁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담합 자체는 종료되었지만 장기간의 담합으로 합의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어 경쟁질서가 완전히 회복이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작위 명령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비록 담합 종료 후 가격 인하가 있었다 하더라도 가격이 경쟁시장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경쟁이 회복된 수준의 가격을 다시 한번 찾아보라는 취지에서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이러한 취지 자체는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법리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법리적으로는 가격이 경쟁시장 수준이 아닐 가능성만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법한 상태를 입증하면 이의 시정을 위한 명령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위법상태인지 불명확하여 시정할 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입증책임이 있음을 고려할 때 시정명령이 부적절할 수 있다.
둘째, 현실적으로는 사업자들이 이 시정명령을 사실상 가격인하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을 반드시 인하할 필요는 없고 인상하거나 유지하더라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들 입장에서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만약, 가장 적절한 시장가격이 현재의 가격 이상이라면 가격 인하는 시장을 왜곡시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 8. 4. '2026년 하반기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가격재결정 명령의 명시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처분의 법적 근거를 명확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가격재결정 명령은 정부가 시장의 가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인 만큼 하위 규정을 통해서라도 이를 부과할 수 있는 요건을 보다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사업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