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788.88

  • 123.49
  • 1.79%
코스닥

838.41

  • 0.76
  • 0.09%
1/3

K-푸드 세계화, 이제 ‘법의 국경’을 넘어야 한다 [황우진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K-푸드 세계화, 이제 ‘법의 국경’을 넘어야 한다 [황우진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필자는 검사 시절 미국 뉴욕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 해외 연수 기간인 2009년 7월부터 2011년 1월까지 NYU 로스쿨에서 LL.M.(법학석사)을 마치고 뉴욕시 퀸즈 지방검찰청에서 실무연수를 했으며,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주유엔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3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2011~2014년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 시절에도 업무차 뉴욕을 종종 찾았으니, 검사 시절 뉴욕에서 생활한 기간만 합쳐도 약 5년이다.

    ADVERTISEMENT


    뉴욕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답게 각국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맨해튼에서는 몇 블록만 걸어도 서로 다른 나라의 음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한식당들은 주로 32번가 코리아타운 일대에 모여 있다. 필자가 연수하던 2009~2011년만 해도 한식당 손님의 상당수는 한국 음식이 그리운 한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그런데 7년 뒤 외교관으로 다시 찾은 뉴욕의 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식당 앞에 길게 대기 줄을 서 있었다. 과거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외칠 때만 해도 다소 구호처럼 들렸지만, 몇 년 사이 한식은 뉴욕에서도 이국적이면서 매력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는 뉴욕뿐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한국 음식을 만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라면과 김치는 물론 김밥·떡볶이·소스·아이스크림까지 K-푸드의 영역도 넓어졌다. 수치도 이를 보여준다. 2025년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은 전년보다 4.3% 증가한 104억 1,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중동 22.6%, 유럽 13.6%, 북미 12.4% 등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전년도 대비 실적이 증가했다. K-푸드가 일부 한류 소비층을 넘어 글로벌 식품 산업의 한 분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필자는 검사 시절 관세 범죄 등 국제범죄 수사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국제중재를 비롯한 국제 법무 업무를 담당했고, 지금은 변호사로서 해외 진출 기업들을 자문하고 있다. 위치는 달라졌지만 한 가지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 기업과 상품이 넘는 국경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법과 규제의 국경은 여전히 높고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K푸드 신화 뒤엔 '최적화 시스템'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해외에 보내기만 한다고 수출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장거리 운송, 유통기간, 현지 주방 환경이 달라지면 맛과 품질도 달라질 수 있다. 원재료와 식품첨가물 기준, 라벨링, 인증, 검역과 통관, 상표권, 현지 유통계약도 넘어야 할 문턱이다.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매장을 운영한다면 현지 노동법·세법·가맹사업 규제·부동산 제도까지 검토해야 한다.


    필자가 접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보면서도 이를 실감한다. 대전의 소스 전문 업체인 햇잎푸드(대표 김대옥)는 수출 시 장거리 운송, 보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액상 소스를 분말화했고, 분말 소스를 통해 중량과 물류 부담을 줄이는 한편 보존성과 현지 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베트남·중국·일본·미국 등 해외시장을 개척했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와이비에프(대표 박영복)의 선비꼬마김밥은 또 다른 방식으로 국경을 넘고 있다. 2025년 12월 태국 방콕에 첫 해외 가맹점을 열었다. 본사의 표준화된 조리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를 적용하면서 태국 식문화에 맞춘 메뉴도 구성했다. 김밥처럼 현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음식은 완제품 수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리법, 원재료 조달, 품질관리, 직원 교육, 브랜드와 운영 매뉴얼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햇잎푸드가 '맛의 표준화'에 도전한다면 선비꼬마김밥은 '사업모델의 표준화'에 도전한다고 할 수 있다. K-푸드의 다음 단계는 음식 자체를 넘어 세계 어디에서나 일정한 품질로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수출하는 데 있을지 모른다.
    수출보다 중요한 '법적 쟁점'


    그런데 시스템을 수출하려면 법률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해외 유통업체에 독점판매권을 어디까지 줄 것인지, 현지에서 상표를 선점당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소스 배합비와 제조기술 같은 영업비밀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계약 종료 뒤 상표와 레시피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 대비한 조항도 필요하다. 분쟁 발생 시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고 어느 법원 또는 국제중재에서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ADVERTISEMENT


    정부 지원도 상당히 진전됐다. 외교부 및 농림축산식품부는 30개 ‘K-푸드 수출 거점 재외공관’을 지정해 현지 기관·전문가와 연계한 수출 애로 해소와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간사 기관으로 ‘K-푸드 원스톱 수출지원 허브’를 운영하면서 관세·통관, 위생·검역, 물류, 해외인증, 지식재산권 등 분야에 대해 전문가 상담을 제공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원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흩어진 전문성을 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 맞춰 내실 있게 연결하고, 문제가 발생한 뒤 답을 주는 '애로 상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예컨대 수출 준비 기업을 대상으로 식품 규제, 통관과 FTA, 상표권, 수출·유통계약, 레시피와 영업비밀, 현지법인·프랜차이즈, 준거법과 국제분쟁까지 한꺼번에 사전점검 하는 'K-푸드 수출 Legal Check-up'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건강검진으로 병을 미리 발견하듯 해외사업도 계약에 서명하고 물건을 선적하기 전에 법률 리스크를 찾아내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ADVERTISEMENT


    K-푸드 수출 거점 재외공관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체적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 인력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집중적으로 돕는다면 정책의 체감 효과도 더욱 클 것이다.

    K-컬처가 세계 소비자의 마음속 국경을 낮췄다면 이제 기업이 넘어야 할 법과 제도의 국경을 낮출 차례다. 김밥 한 줄과 소스 한 봉지가 세계로 나갈 때 그 뒤에는 기술과 물류뿐 아니라 계약, 지식재산권, 통상과 규제에 대한 준비가 함께해야 한다. K-푸드가 세계적 유행을 넘어 지속할 수 있는 글로벌 산업이 되려면 이제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안전하게 세계로 나가는 법'을 준비해야 한다.

    ADVERTISEMENT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