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디지털카메라였어요. 사진 취미를 가진 것도 올해부터예요. 그러다가 재미들려서 필름 카메라로 넘어왔죠."
지난 22일 서울 중구 초동에 위치한 황선하 사진작가의 작업실 '카인드 오브 썸머'에서 대학생 차정훈 씨(26)는 이같이 말했다. 차씨는 "디카가 유행하면서 제 주변에서도 많이 구매하더라. 저도 그렇게 유입됐다"고 했다. 이날 작업실에서는 니콘이 진행하는 '포토 바인딩 클럽' 세미나가 열렸다. 참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종이를 엮어 공책으로 만드는 행사다. 행사장에는 20~30대 참가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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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로 사진에 입문한 2030이 필름카메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감성 사진'을 찍기 위해 빈티지 디카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진 촬영 자체를 취미로 받아들이면서 필름카메라까지 소비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디카로 입문해 필름까지…필카 느낌나는 디카 '200만원'
빈티지 디카 유행이 2030을 카메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니콘에 따르면 이날 행사 신청자 76명 가운데 10~30대는 69명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40대는 3명(4%), 50대 이상은 4명(6%)이었다. 이들은 디지털로 사진을 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화해 실물로 간직하는 아날로그 문화에 관심을 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손태은 씨(33)는 "여행 갔거나, 기억에 남는 사진을 소장하고 싶어서 신청했다"며 "요새는 모니터에서 보고 끝인데 그동안 찍은 사진을 고르고, 실물로 만들어서 손에 쥐는 경험을 하니 좋다"고 했다.국내 필름 카메라 시장 전망 또한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딥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한국 필름 카메라 시장 규모는 2025년에 572만달러(약 78억6900만원)에 달했다. 2034년에는 914만달러(약 125억7389만원)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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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경에는 빈티지 디카 열풍이 있다. 2030이 빈티지 디카를 시작으로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면서 필름카메라 등으로 관심사를 넓히는 것이다. 이미 빈티지 디카는 세운상가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제품은 단종됐지만, 수요가 끊이지 않아 빈티지 디카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4~5년 전에는 2만~3만원이면 살 수 있던 매물을 현재는 기본 10만원 이상 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인기 있는 제품은 50만원대였다.
빈티지 카메라가 2030의 카메라 입문을 이끌었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진 촬영을 취미로 자리 잡게 했다. SNS에는 취미로 찍은 사진만 올리는 이른바 '사진계정'을 운영하는 2030이 적지 않다. 이날 행사 말미에도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사진계정을 공유하고 팔로우했다. 현장 참가자 가운데 사진계정이 없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손씨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계정이 있다"며 "이렇게 계정을 서로 소개하고 팔로우하는 게 자연스러워 SNS를 '소셜여권'이라 부른다"고 했다.
빈티지 디카를 넘어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구현한 디지털카메라까지 수요가 번지고 있다. 카메라 브랜드 '리코'가 대표적이다. 리코 디지털카메라는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매물 가격으로 220만원, 240만원 등 200만원 넘게 등록되고 있다. 30대 중반 직장인 강수영씨는 "필름을 좋아하는데, 필름 값은 아끼고 계속 쓸 수 있는 카메라를 구하는 수요가 또 생기면서 리코가 비싸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라고 했다.
단순 복고 유행 아니었다…취미로 자리잡은 '사진촬영'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3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아날로그 감수성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필름카메라에 대한 호감도는 60.6%였다. 구매 의향은 42.2%에 달했다. 구매 의향이 있는 이유로는 '진짜 기록을 남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복고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한 장 한 장을 잘 찍으려고 노력해서' 등이 꼽혔다. 특히 20대 응답자의 43.2%는 '주변에 필름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답했다.ADVERTISEMENT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단순한 복고 열풍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사진을 찍고 소비하던 2030이 빈티지 디카를 계기로 촬영 자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카메라와 필름, 인화 등 관련 소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에 불었던 디카 열풍은 SNS 사진으로 연예인들이 이끌었다면 이후 2025년, 2026년은 디카를 찍으면서 카메라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필카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며 "SNS 사진 계정 문화는 사진 촬영 자체를 취미로 갖는 2030이 많아질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가 되고 있다. 필름 카메라 흥행 자체는 중고거래가 많이 돼 카메라 업계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사진을 취미로 갖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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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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