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업계의 ‘빠른 개발·현지 기술 흡수’ 방식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도 차세대 전기차(EV)를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먼저 생산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EV 시장인 중국이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차세대 자동차 기술과 개발 방식을 시험하는 ‘선행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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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7년 가을 중국 상하이 신공장에서 차세대 EV 생산에 나선다.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첫해에는 월 1000대 수준으로 생산을 시작해 2028년 이후 연간 수만대로 확대한다.
도요타가 최신 차량을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먼저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도요타는 그동안 하이브리드차(HV) ‘프리우스’와 연료전지차 ‘미라이’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일본에서 개발·생산한 뒤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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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차세대 EV에는 알루미늄을 대형 주조기로 한 번에 성형하는 ‘기가캐스트’를 처음 적용한다. 부품 수와 조립 공정을 줄여 생산 속도를 높이고, 차체 일부의 무게를 기존보다 최대 20%가량 줄일 수 있다. 차체 강성도 높아지고 1회 충전 주행거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가 중국을 차세대 EV의 첫 생산지로 선택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EV 판매량은 857만대로 세계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유럽의 약 3배, 일본의 100배가 넘는다. 2030년에는 1141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규모뿐 아니라 자동차 개발 방식에서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가 신형차 개발에 통상 4~5년을 들이는 반면 중국 신흥 EV 업체들은 약 2년 만에 신차를 내놓는다. 시장 반응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고,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등 현지 업체의 최신 기술을 곧바로 차량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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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도 이런 중국식 개발 방식에 적응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저가형 SUV와 화웨이의 정보표시장치를 탑재한 차량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렉서스급 차세대 EV까지 현지에서 개발·생산한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차와 가솔린차에 무게를 두고 중국에서는 EV 중심으로 대응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의 일환이다.
당초 도요타는 일본에서 차고가 낮은 쿠페형 차세대 EV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올봄 계획을 중단했다. 대신 SUV형 EV 수요가 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차량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BYD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이 대형 SUV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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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중국 신차 개발기간을 약 26개월로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중국 EV 업체들과 협력해 2030년까지 최대 50개 차종의 EV 등 신에너지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과거 일본과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품질관리와 생산효율을 앞세워 세계 자동차 제조방식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짧은 개발주기와 현지 첨단기술의 신속한 적용으로 대표되는 ‘중국식 자동차 만들기’가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요타의 차세대 EV 중국 선행 생산은 이 같은 변화가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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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