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기다리는 것은 지옥입니다. 이제 행복 끝, 고생 시작입니다.”28일 제80회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에 선 주경철 서울대 역사학부 명예교수(사진)가 졸업생에게 건넨 축사는 불교 일화인 ‘지옥 이야기’로 시작됐다. 한 고승이 입적했다는 소식에 다른 고승이 “그 놈의 화상, 드디어 지옥에 콱 처박혔구먼”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 교수는 “이는 입적한 고승을 향한 비방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내려간 것이라는 불교계 최고의 찬사”라며 “어려운 일이 많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이 세상은 여러분 같은 인재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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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교수는 ‘대항해시대’ ‘바다 인류’ 등을 집필한 국내 대표 서양사학자다. 바다를 매개로 문명 간 교류와 근대 세계의 형성과정을 연구해왔다. 33년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월 정년 퇴임했다.
자신을 졸업생들보다 6개월 먼저 졸업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의 성취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짚으며 시야를 한반도 밖으로 넓힐 것을 주문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탈출한 ‘세계사적인 예외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을 통해 배출된 훌륭한 인재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이제 여러분의 차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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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이 이제 세계적인 난제에 대한 솔루션을 창출해내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큰 시각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세계인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큰 기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대 졸업장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주 교수는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하면 누구나 대단한 인재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직장에서 일하거나 대학원에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다 보면 좌절감을 느끼기 십상”이라며 “내가 아직 한참 모자라고 이제부터 훨씬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축사 말미에는 “평생 함께 기쁨을 나누고 뜻을 이뤄나갈 아름다운 짝을 잘 찾기 바란다”며 “아직도 찾지 못했다면 ‘샤문(서울대 정문)’을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지금이라도 눈 부릅뜨고 찾아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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