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와 딸은 같은 도시에서 일한다. 딸은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의 대형 IT기업 사무실로 출근하고, 엄마는 고급 쇼핑몰의 바닥과 화장실을 닦는다. 딸이 대학을 나와 빅테크 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평생 농촌과 광산, 공사장을 오가며 일한 부모 덕분이었다. 한 세대 사이에 농촌의 육체노동자와 첨단산업의 화이트칼라가 탄생했다. 장샤오만의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에는 중국이 지난 40여 년간 달려온 거리가 이 모녀 사이에 압축돼 있다.
이야기는 2020년 일자리를 찾아 산시성 농촌에서 선전으로 올라온 쉰두 살 엄마 춘샹과 딸이 10년 만에 다시 함께 살면서 시작된다. 딸에게 엄마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돈에 집착하고, 몸이 아파도 쉬지 않고, 자신을 소진하면서까지 가족을 챙긴다.ADVERTISEMENT
딸은 엄마를 바꾸려다 실패하고 대신 그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퇴근한 엄마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묻고, 주말에는 청소 현장까지 따라나선다. 그렇게 900일이 쌓여 한 권의 책이 됐다.
엄마를 따라가자 선전의 또 다른 지도가 펼쳐진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이 도시는 작은 어촌에서 인구 1700만명의 첨단산업 도시로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 화려한 공간을 유지하는 것은 엄마처럼 농촌에서 밀려온 중·노년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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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에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동안 누군가는 하루 16시간, 3만 보를 걸으며 얼룩을 닦는다. 춘샹이 받는 월급은 당시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2500위안(약 51만원)이다.
그러나 ‘화려한 도시 뒤편의 가난한 노동자’만을 보여줬다면 이 책이 특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샤오만의 기록은 현재의 청소노동에서 과거의 광산과 공사장, 농촌의 삶과 가족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궤적을 따라가면 춘샹의 생애가 중국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 겹쳐진다.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하고, 몸으로 번 돈을 자녀 교육에 쏟아 다음 세대를 도시의 중산층으로 밀어 올린 사람들. 중국의 가파른 성장은 그렇게 한 가족 안에 두 세계를 만들어냈다.
엄마의 삶을 오래 들여다보던 딸은 예상치 못한 곳에 도착한다. 자신이 엄마의 세계에서 생각만큼 멀리 떠나오지 못했다는 깨달음이다. 엄마는 해고되지 않으려고 아픈 몸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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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직원인 딸 역시 지금의 자리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 육체노동자에서 화이트칼라로 한 세대 만에 이루어낸 눈부신 계층 상승에도 불구하고 삶의 안전망까지 함께 올라온 것은 아니었다.
책은 춘샹을 개발시대에 희생된 가엾은 어머니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는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고 동료의 일을 자기 일처럼 나서는 생활인이다. 장샤오만 역시 청소노동 여성들을 지나친 연민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경계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엄마’라는 익숙한 서사 뒤에서 자신의 판단과 욕망, 자존심을 가진 춘샹이라는 한 사람을 복원하는 것도 이 기록의 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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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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