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시작은 단출했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네 나라가 2005년 체결한 미니 자유무역협정(FTA)이 모태다. 판을 키운 건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초대형 FTA로 확대했다. 일본과 호주 등 12개국을 끌어들여 2016년 서명까지 끝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이름의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 탄생이 눈앞에 온 듯했다.위기는 이듬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찾아왔다. 공중분해 직전에 놓인 TPP를 붙잡은 건 일본이었다. 호주 캐나다 등 남은 11개국과 “다자 통상질서를 살리자”며 뜻을 모았다. 이렇게 미국이 빠진 채 2018년 ‘포괄적이고 점진적’이라는 간판을 추가해 CPTPP라는 이름으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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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반전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중국을 견제하려고 만든 통상 동맹에 미국이 빠지자 중국이 2021년 9월 손을 들고 나선 것이다. 보조금과 노동권 등 중국 국가자본주의와 충돌하는 데다 회원국 전원 동의까지 필요해 5년째 가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CPTPP 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농축수산업 개방과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가 얽혀 진도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추진 의사만 밝힌 채 절차는 진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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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CPTPP 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견국 연대와 공급망 안정, 수출시장 다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농어업계 반발을 의식해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고,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아우르는 메가FTA로 성장했다. 브렉시트로 홀로서기에 나선 영국이 2024년 신규 회원국이 됐다. 코스타리카 등 신흥국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보호무역 시대가 CPTPP 몸값을 높이고 있다. 한국이 계속 머뭇거리다가는 글로벌 통상 지도의 변두리로 밀려날 수 있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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