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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에 건네는 쉼표, 도심 속 클래식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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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에 건네는 쉼표, 도심 속 클래식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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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집념은 때로 후대의 귀한 유산이 된다. ‘음악은 나눠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공간을 만들고 지켜온 이들의 고집스러운 흔적. 새로 문을 연 공간부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곳까지, 숨은 클래식 살롱을 찾았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 더 콘체르토하우스 서울


    “직원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냥 월세나 받지 이런 걸 왜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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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동양북스 사옥에 음악 감상실 ‘더 콘체르토하우스 서울’이 문을 열었다. 크기가 다른 책을 포개놓은 듯한 모습의 적벽돌 건물 3층에 들어서면,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을 만큼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김태웅(69) 동양북스 대표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포기하고 “은퇴 세대에게 헌정하기 위한 음악적 오브제”로 정성껏 꾸민 공간이다.

    김 대표의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감상실 곳곳에는 그의 애정이 진하게 배어 있다. 30여 년 전부터 장르를 넘나들며 수집해온 LP 2만여 장과 100만원 이상의 고가 청음용 소파, 1940년대 미국 대극장용 스피커 ‘알텍(Altec) A4’, 전 세계에 단 30대만 보급된 자기 부상형 턴테이블 ‘아이리스 레퍼런스(Iris Reference)’까지 귀한 음향 장비와 편의 시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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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커튼이 드리워지고 음악이 시작되면 평소 들리지 않던 음표가 살아난다.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귓가에 닿는 듯한 입체적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감상실과 이어진 테라스에서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주제별로 큐레이션된 곡을 LP로 감상하는 주말 ‘LP 세션’(2만원)과 신청곡으로 채워지는 주중 ‘리퀘스트 세션’(1만6000원)으로 나눠 운영한다. 매주 수요일은 ‘클래식 데이’로 지정해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모든 세션은 시작 40분 전부터 입장할 수 있어 공간을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와인과 탄산수, 커피 등 음료도 별도 요금을 내고 즐길 수 있다. 화~금요일은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1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은 정기휴무.
    만원의 행복, 리홀뮤직갤러리


    서울 성북동 자락에 위치한 리홀뮤직갤러리는 2014년에 개관한 이래 지금까지 입장료 만 원을 유지하고 있는 음악 감상실이다. 냉면 한 그릇이 만 원을 훌쩍 넘는 고물가 시대에 시간제한 없이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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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룽지백숙으로 유명한 1층 식당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벽면을 빼곡히 채운 LP 12만 장과 CD 1만 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홀뮤직갤러리를 세운 주인공이자 인쇄업체 경림코퍼레이션의 창업자인 리우식(74) 전 대표가 일평생 모은 음반이다.

    이곳에선 신청곡을 직원에게 전달하면 장르나 악기 편성에 가장 어울리는 스피커로 바꿔가며 음악을 틀어준다. 클래식과 팝, 재즈 음악을 위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 가요는 저작권 문제로 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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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료가 저렴하지만 오디오 시스템은 최고급이다. 1930년대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의 ‘웨스턴 15A 혼’, 영국의 ‘탄노이 블랙’, 독일 클랑필름의 ‘유로딘’, 웨스턴 일릭트릭의 ‘웨스턴 594’ 등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진공관으로 소리를 증폭시키는 방식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한 음색을 느낄 수 있다.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강의도 매월 진행한다.

    올해부터는 화·수·목요일에 개인 대관이 가능하다. 금요일은 오후 5시부터 8시 50분까지, 토·일요일은 오후 12시부터 8시 50분까지 운영한다. 월요일 정기 휴무.
    여의도 빌딩 숲 속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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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가장 바쁘고 치열한 금융가,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상가 3층. 66.1㎡ 남짓한 공간에 둥지를 튼 ‘매일의 기쁨과 위로’는 피아니스트 이루미가 2025년에 문을 연 특별한 클래식 살롱이다. 쉼 없이 돌아가는 빌딩 숲 한복판에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음악이라는 쉼표를 건넨다. 이곳은 연주자이자 강연자, 기획자인 이루미의 고민이 집약된 장소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이 공간에서 그는 1인 다역을 소화한다. 특별 연주회는 물론 음악 감상회, 강연, 독서 클럽까지 운영한다.

    그중 시그너처 프로그램은 매주 화·금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런치타임 클래식’이다. 3040 직장인들이 주 고객으로, 24석 남짓한 객석을 조용히 채운다.

    주인장이 커피를 내려놓으면 관객은 각자 싸 온 점심을 먹으며 그날의 선곡을 감상한다. 업무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힘들어하던 직장인들은 “이 공간을 알게 된 뒤 다시 출근할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 시간의 암묵적 원칙은 단 하나,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것’이다. 이 대표는 관객이 온전히 휴식을 취하도록 일부러 눈조차 맞추지 않는다. 5000원이라는 가벼운 입장료로 누리는 묵직한 시간이다.

    AI가 인간의 예술을 위협하고 숏폼이 끊임없이 도파민을 자극하는 시대, 이 대표는 순수한 음악이 지닌 힘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의 바람은 일차적으로는 지친 이에게 진정한 휴식을 안겨주는 공간이 되는 것, 나아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초대권 없이도 관객이 스스로 가치를 느껴 티켓을 구매하는 클래식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는 도심 숲 작은 살롱에서 매일 꿈같은 휴식을 선물하고 있다.

    런치 타임 클래식은 화·금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한다. 그 외 프로그램은 일정에 따라 SNS에 공지한다.
    대구의 사랑방, 녹향과 하이마트 음악감상실


    대구는 클래식 음악 감상실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클래식 감상실 ‘녹향’이 이곳에 있다.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던 고(故) 이창수 씨가 LP판의 전신인 SP판 500장과 축음기 한 대를 밑천 삼아 대구 향촌동 자택 지하에 터전을 잡았다. 지금은 향촌문화관 지하로 자리를 옮겨 그의 셋째 아들 이정춘(78) 씨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개관 당시부터 자리를 지킨 영국 스텐토리안 스피커에서 흐르는 클래식은 시공간을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는 65세 미만 1000원, 65세 이상 500원이다.



    이곳에서 도보로 15분만 걸으면 1957년에 설립된 ‘하이마트 음악감상실’도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서 대구로 피란 온 클래식 애호가 고故 김수억 씨가 만든 곳이다. 독일어로 ‘고향’을 뜻하는 상호(하이마트, Heimat)처럼 이곳은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시인 김춘수, 작곡가 나운영 등 당시 대구에 머물던 문화예술계 인사에겐 소중한 아지트였다.

    현재는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가요도 함께 틀어주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복고풍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이색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층 방문도 크게 늘었다. 감상실 한쪽 벽면에는 창업자가 좋아하던 대표 음악가의 모습을 본뜬 대형 조각 작품 ‘불멸의 음악가’가 위용을 뽐낸다. 당시 이곳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던 대학생들이 남긴 클래식 감상 기록을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입장료는 1인당 8000원이며, 음료와 과자를 함께 제공한다.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은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주말은 오후 12시부터 9시까지 운영한다.

    허세민/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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