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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앞당긴 암 백신, 억대 치료비 낮출 수 있을까…두 전문가에게 묻다 [암 백신 빅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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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앞당긴 암 백신, 억대 치료비 낮출 수 있을까…두 전문가에게 묻다 [암 백신 빅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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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2024년 전 세계에서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60만 명. 26년 뒤인 2050년에는 35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약 70% 증가다. 암 환자가 늘면서 치료 시장도 커지고 있다. 동시에 치료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메신저리보핵산(mRNA)은 환자마다 다른 암을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치료법을 넘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 구도와 투자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더 많은 암을 더 정밀하게 치료해야 하는 시대. 암 치료의 다음 승부처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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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치료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암 환자가 늘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는 데다 키트루다 등 대형 항암제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세포치료제에 이어 메신저리보핵산(mRNA)까지 차세대 항암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개인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mRNA 암 백신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난 8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은 흑색종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놨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고위험 흑색종 환자에게 암 백신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해 재발 및 원격전이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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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더나와 머크의 임상은 차세대 암 치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공지능(AI)이 치료의 실행을 앞당기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기회, 환자에게 치료가 닿기까지 넘어야 할 비용·시스템의 과제를 살펴봤다.


    ◆AI ‘실행의 벽’ 낮춘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 실행되기 시작했다.”

    김승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암정밀치료센터장)는 최근 암 치료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모더나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개인맞춤형 암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개발명 V940·mRNA-4157)의 흑색종 임상 3상(INTerpath-001)과 비소세포폐암 임상시험(INTerpath-002)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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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교수는 이번 변화의 핵심으로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을 꼽았다. “암 백신이나 세포치료, 개인맞춤형 치료라는 개념 자체가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데이터 처리 등 여러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맞춤형 암 백신은 환자의 종양 조직을 분석해 수많은 돌연변이 가운데 면역세포가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신생항원(암 조각)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별 치료제를 설계해야 한다. 환자마다 암의 특성이 다른 만큼 같은 치료제를 대량 생산하는 기존 신약과는 개발 방식부터 다르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이 과정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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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이 ‘실행의 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신생항원 후보를 찾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을 효율화하면서 개인별 치료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실제 모더나의 암 백신 개발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했다. 김 교수는 “AI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치료법을 마치 메시아처럼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우리가 하지 못했던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변화가 암 백신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표적치료제도 AI와 결합해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정 치료 하나가 암 치료 시장을 주도한다기보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암 치료 전반의 질적·양적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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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변화는 암 백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신약 개발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톱10 제약사 대부분이 AI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가운데 외부 AI 기업과의 협업을 넘어 자체 플랫폼 구축과 전담 조직 운영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제조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모더나는 오픈AI와 협업해 자체 AI 플랫폼 ‘mCHAT’을 구축했고 10년 이상 축적한 mRNA 의약품 데이터를 AI와 결합하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개발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미국의 암젠은 엔비디아의 신약 개발용 AI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도입했다. 머크 역시 초기 후보물질 발굴을 포함해 여러 신약 개발 단계에 AI와 머신러닝을 적용하고 있다.

    AI 신약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약 개발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극히 일부 후보물질만 최종 신약으로 이어지는 만큼 AI를 활용해 실험 전에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 개발 기간을 평균 15년에서 7년으로, 비용을 3조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완제품도 요소기술도…한국의 암 치료 경쟁력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인프라만 해서는 안 되고 플러스알파로 완제품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이미 앞서 있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자체 치료제를 내놓으면 시장에서 경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카티(CAR-T) 치료제 개발을 들었다. 큐로셀이 개발한 림카토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아 9월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 카티는 환자 몸에서 직접 뽑은 면역세포에 ‘암세포 추적 레이더’를 달아준 뒤 몸속에 다시 넣어 암을 치료하는 맞춤형 치료제다. 신 교수는 “국내 제품이 나오면 꼭 국산을 쓰자는 의미가 아니라 국내 제품과 해외 제품이 경쟁하면서 외국 업체도 가격을 낮추게 된다”며 “결국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티 치료제는 2017년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7종이 허가될 만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킴리아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 등이 쓰이지만 해외에서 제조돼 환자 투약까지 약 두 달이 걸린다.

    반면 림카토는 국내 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서 생산해 T세포를 채취한 뒤 투약하기까지 약 16일로 기간을 크게 줄였다. 치료 효과도 임상 2상에서 완전관해율(검사했을 때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져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환자의 비율) 67.1%를 기록해 킴리아(40%), 브레얀지(53%), 예스카타(54%)보다 높았다.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블록버스터 신약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환자 일부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라도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동시에 요소기술을 가져가는 전략도 필요하다. 신 교수는 핵심 기술 하나를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의 치료제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알테오젠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로 투여하던 항체의약품을 피하주사(SC)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머크와 협력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서 장시간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기존 치료제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번 모더나 암 백신이 머크의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 요법으로 개발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암 치료 시장의 경쟁이 단순히 ‘누가 더 좋은 독자 신약을 개발하느냐’를 넘어 ‘어떤 약과 동맹을 맺어 시너지를 내느냐’의 싸움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자맞춤형 암 치료가 확대하면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과는 다른 제조 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 신 교수는 “환자맞춤형 치료는 기존 방식의 위탁생산으로는 쉽지 않지만 누군가 개인맞춤형 치료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위탁생산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을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용과 시스템 구축은 과제


    새로운 암 치료제가 등장할수록 또 하나의 과제는 치료 비용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레볼루션메디신스의 췌장암 치료제 ‘라손큐’는 한 달 약값이 3만9800달러(약 5500만원), 연간으로는 47만7000달러(약 6억6000만원)에 달한다. 수십 년간 치료가 어려웠던 췌장암 유발 핵심 유전자(RAS)를 겨냥한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지만 높은 약값은 환자와 의료시스템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로 남았다.

    모더나의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도 마찬가지다. 환자마다 종양의 유전체를 분석해 백신을 새로 설계·제작해야 하는 만큼 의료계에서는 인티스메란 치료 비용을 50만달러 이상(약 7억원)으로 내다본다.

    신 교수는 “새로운 기술은 처음 나왔을 때 비싸지만 결국 기술이 진보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선 모더나의 mRNA 암 백신에 대해 개인맞춤형이라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제작 단가와 시간을 낮추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폐암·대장암·흑색종처럼 암종별로 여러 환자가 공통적으로 갖는 신생항원을 찾아내면 이를 미리 백신으로 제작해 둘 수 있다”며 “환자마다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과정을 줄여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 티쎌로지도 이 같은 방식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 기술이 등장한다고 곧바로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환자마다 치료제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개인맞춤형 치료는 병원 내부의 시스템과 협업 구조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김 교수는 “환자의 조직과 혈액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가공해 외부 연구기관이나 기업과 공유해야 하는 만큼 기존 진료 체계만으로는 복잡한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도 여러 병원이 참여했지만 실제 환자 등록까지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병원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며 “혈액종양내과뿐 아니라 병리과·영상의학과·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런 치료는 한 명의 교수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검체를 확보하고 처리하는 과정부터 환자 등록과 치료까지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다학제적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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