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재정지출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정책 엇박자가 아니며 오히려 통화정책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확장재정이 통화긴축과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에 80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경기 과열을 억제하려는 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재정지출의 규모와 용도에 따라 정책 엇박자인지 결정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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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729조9000억원)보다 ‘10% 이상’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적용하면 내년 예산은 800조원을 웃돈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0.9%) 후 처음이다. 대규모 재정지출로 시중에 돈을 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금리 인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중 유동성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관리하고, 정부는 재정을 통해 양극화에 대응한 뒤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며 “통화당국이 긴축에 나섰다고 재정당국까지 일률적으로 긴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신 총재도 확장적 재정지출이 인공지능(AI)과 전력망, 물류 인프라, 인재 양성 등에 투입되면 기업의 생산성과 경제 전반의 공급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생산 능력이 확충되면 수요가 증가해도 물가 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중장기적으로 경기 과열을 억제하고,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뒷받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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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산적 투자라는 이유만으로 금리 인상과의 엇박자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재정지출은 집행과 동시에 정부의 건설·장비·인력 구매를 늘려 총수요를 자극한다. 반면 이 같은 투자가 공급 능력과 잠재성장률을 실제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재정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만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효과는 수년 뒤에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은이 수요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기에 정부가 지출을 한꺼번에 확대하면 단기적으로 물가와 임금, 시장금리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을 투입한다고 공급이 즉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농산물조차 생산과 출하까지 시차가 있다”며 “인프라와 기술 투자를 통해 잠재성장 여력을 확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책 엇박자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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