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회사가 적자를 내거나 자본이 잠식된 것도 아닌데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실적이 아니라 시가총액이다.올해 7월부터 코스닥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은 200억원으로 높아졌다. 지난해까지 40억원이던 기준은 올해 1월 150억원으로 오른 데 이어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상향됐고, 내년 1월에는 300억원이 된다. 당초 2027년과 2028년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기준을 앞당긴 것이다. 시가총액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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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지난 20년간 코스닥시장에는 1,353개사가 진입한 반면 퇴출된 기업은 415개사에 그쳤다. 부실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남아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일을 막으려면 퇴출 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부실한 기업’과 ‘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평가받는 기업’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올해 7월 말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149곳 가운데 45곳이 흑자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흑자를 낸다는 이유만으로 재무적으로 건전하거나 상장을 계속 유지할 자격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가총액이라는 하나의 지표가 기업의 실질적인 부실 여부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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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을 상장유지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상장시장은 일정한 규모와 유동성, 가격발견 기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가총액이 영업이익이나 자기자본과 달리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성장 기대, 업종에 대한 선호, 금리, 투자심리와 시장 전체의 수급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데 있다. 결국 쟁점은 시가총액 기준의 존폐가 아니라,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정책 목적을 위해 시장가격에 어느 정도의 결정력을 부여하는 것이 적정한가이다.
법률적으로도 흥미로운 문제다. 대법원은 거래소와 상장회사 사이의 상장계약을 사법상 계약으로, 상장폐지를 그 계약관계를 해소하는 거래소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본다. 그러면서도 상장규정이 비례와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거나 상장법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회사정리절차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재무상태나 회생가능성을 살피지 않고 상장을 폐지하도록 한 규정을 무효로 본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1753 판결이 대표적이다.
다만 법원이 상장규정을 쉽게 무효로 보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19년 상장폐지 심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대상 기업의 절차참여권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설시하면서도, 해당 사건에서는 코스닥 상장규정에 무효로 볼 정도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해 상장회사의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6다243405 판결). 거래소의 자율규제 권한을 상당한 범위에서 인정한 셈이다.
마침 현재의 시가총액 기준도 법정에서 다투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곳과 코스닥 상장사 1곳이 조기 시행된 상장규정의 효력을 문제 삼아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후 코스닥 상장사는 신청을 철회했다. 8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심문에서는 기준금액의 정당성, 시행시기를 앞당긴 근거, 그로 인한 손해의 회복가능성이 주요 쟁점으로 정리됐다. 신청인 측은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목적과 특정 시가총액 기준 사이에 충분한 실증적 근거가 있는지, 이미 공표한 시행일정을 앞당긴 것이 예측가능성에 부합하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거래소는 장기간 현실과 괴리돼 있던 기준을 시장 성장에 맞추어 조정한 것으로서 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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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를 정교하게 보완하는 것이다. 흑자기업을 일률적으로 예외로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지만, 지속적인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갖춘 기업까지 시장가격 하나만으로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이 최선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장도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책의 전면적인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흑자기업 문제를 포함해 세부 기준의 ‘미세조정’이 필요한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논의의 초점 역시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할 것인지 여부에서, 그 기준의 오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시장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상장폐지는 필요하다. 그렇기에 어떤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은 신중하고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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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법무법인 위온 대표변호사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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