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내가 왜 자영업을 했을까 싶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나를 말리고 싶다."</i>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에게는 사실상 퇴로마저 막혀 있다. 폐업하자니 철거비와 원상복구비 등 목돈이 필요하고, 버티자니 적자가 불어난다. A씨는 "지금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안 좋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학생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술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소비 위축과 달라진 음주 문화 변화가 겹치면서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인 신촌의 침체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때 젊은이들로 밤늦게까지 북적였던 거리에서 상인들은 "더 폐업할 곳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 다시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진 신촌
27일 한경닷컴이 서울시 일반·휴게음식점 인허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촌역과 연세대 앞 상권이 포함된 서대문구 창천동에서는 올해 상반기 음식점 105곳이 새로 인허가를 받은 반면 110곳이 폐업했다. 폐업이 신규 인허가보다 5건 많았다.최근 흐름을 보면 지난해 반등세가 다시 꺾인 모습이다. 창천동의 상반기 음식점 순증감은 2021년 -42건, 2022년 -25건에서 2023년 7건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2024년에는 다시 2건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11건 늘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5건 순감했다.
ADVERTISEMENT
신규 인허가가 지난해 상반기 132건에서 올해 105건으로 20.5% 줄어든 반면 폐업은 121건에서 110건으로 9.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문을 닫는 음식점보다 새로 뛰어드는 음식점이 더 빠르게 줄어든 셈이다.


'가성비'로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사랑받으며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신촌 새마을식당은 지난해 폐업한 뒤 현재까지 빈 점포로 남아 있다. 곳곳에서 폐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높은 임대료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새 임차인이 들어오기도 쉽지 않다.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료를 내리면 임대수익이 줄어 건물의 평가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대출을 연장하거나 재약정할 때 금리가 오르거나 일부 상환·추가 담보를 요구받을 수 있어 임대인도 선뜻 임대료를 낮추기 어렵다"며 "결국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는 쉽게 떨어지지 않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옛말이 된 청춘의 거리

청년층의 소비 여력 약화에 달라진 음주 문화까지 겹치면서 신촌 상권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신촌의 한 이자카야 점주 B씨는 "예전처럼 대학생들 사이에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없다"며 "경기가 어려워 소비 자체도 줄었는데 신촌은 주 고객이 대학생이다 보니 악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정황은 가계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를 포함한 30대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9만5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다. 40대와 50대, 60대 이상 가구의 소득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30대 이하 가구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청년 가구의 근로소득은 1.9%, 재산소득은 14.2% 줄었다.
ADVERTISEMENT
대학생들이 술을 멀리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19~29세 가운데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시는 비율은 56.0%로 조사됐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5년 37.9%에서 18.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같은 해 20대의 주점 소비지수도 2023년보다 20.9% 줄어 전 연령대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외식업 결제 데이터에서도 술자리 감소가 확인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NICE지니데이타의 외식업 판매정보와 비씨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술자리 횟수는 2812만건으로 전년보다 12.4% 감소했다. 월평균 결제자 수도 2030만명에서 1820만명으로 10.4% 줄었다. Z세대의 술자리 횟수와 결제자 수 역시 각각 11.4%, 8.2% 감소했다.
ADVERTISEMENT
업계 관계자는 "침체된 내수 분위기가 달라지더라도 주류 문화가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며 "이에 따라 자영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