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9년 서울 한복판에 ‘7성급’ 호텔이 들어선다. 주인공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더 플라자’ 호텔이다. 더 플라자는 1978년 완공된 5성급 호텔로 서울시청 앞에 자리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 호텔을 9월 말부터 약 3년간 전면 리모델링을 거쳐 ‘7성급 하이엔드 호텔’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호텔업 최고 등급은 5성급이지만 이보다 시설이 좋은 호텔을 두고 6성 또는 7성급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위치한 ‘부르즈 알 아랍’ 등이 대표 격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7성급이라는 표현은 이미 5성급인 더 플라자가 그 수준을 뛰어넘는 하이엔드 시설과 서비스로 국내 최고 수준의 호텔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3년 뒤 새로운 더 플라자가 그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호텔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5성급을 뛰어넘는 이른바 ‘초럭셔리’ 호텔들이 연이어 등장을 예고하면서다. 더 플라자 같은 토종 호텔 외에도 글로벌 호텔 체인들 역시 자사의 최고급 브랜드의 국내 상륙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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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도인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국내 호캉스(호텔+바캉스)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시아 시장 진출 시 일본 도쿄나 중국 상하이, 홍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던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이제는 한국 시장을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이자 ‘브랜드의 미래’를 시험할 무대로 낙점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체인들도 서울 입성
이번 리모델링을 거친 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더 플라자를 각국 정부 고위 관계자, 글로벌 기업인 등 정상급 인사들이 묶는 숙소이자 비즈니스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기존 객실들을 별도의 업무 공간을 갖춘 최고급 스위트 객실 중심으로 재편한다. 또 세계적인 미식 평가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스타)’을 획득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도 호텔 안으로 유치할 예정이다.
이런 목표를 내건 것은 더 플라자뿐만이 아니다. 해외의 유명 호텔 체인들의 럭셔리 브랜드도 연이어 서울 입성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에서 럭셔리 호텔들 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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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프랑스 대표 호텔 그룹 아코르 산하 에니스모어의 ‘메종 델라노 서울’이다. 2026년 하반기 공식 오픈을 앞둔 이 호텔은 강남구 선정릉역 인근(옛 라마다서울 호텔 부지)에 자리 잡는다. 전 세계에 단 2개뿐인 최상위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아시아 진출은 서울이 처음이다. 프라이빗하면서도 트렌디한 파리지앵 감성의 독창적 고품격 서비스를 강남 중심부에서 선보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이엔드 호텔의 대명사 ‘로즈우드 서울’도 2027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홍콩 기반의 세계적인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그룹 로즈우드는 2027년 용산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인 ‘더파크사이드 서울’에 로즈우드 서울을 선보일 계획이다.
로즈우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간에 온전히 녹여내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로즈우드 서울은 더파크사이드에 들어서는 대형 리테일 시설과 대규모 용산공원 녹지 등을 직접 연계해 서울 강북 핵심지의 새로운 럭셔리 호텔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자산가들과 전 세계 톱 셀러브리티들이 열광하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의 정점, 스위스 기반의 아만 그룹은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한국 진출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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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강남에서 철수하며 한국 시장에서 쓴맛을 봤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최상위 브랜드 리츠칼튼 역시 한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중구 남대문로 옛 밀레니엄 힐튼 서울 부지에서 새롭게 문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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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시그니엘 서울, 파크 하얏트 등으로 대표됐던 서울의 럭셔리 호텔 지형도가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국내외 호텔 체인들은 연이어 ‘초럭셔리’를 앞세워 서울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것일까. 그 배경으로는 수년 사이 급격하게 달라진 서울의 위상이 첫손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한국이 주목받으면서 수도 서울은 초럭셔리 호텔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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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수많은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는다. 한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대규모 수행인력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방한한 바 있다. 아울러 서울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밀려드는 핵심 비즈니스 도시로 급부상했다.
아시아의 허브로 떠오른 서울
지정학적 리스크나 규제 이슈로 인해 홍콩이나 상하이 대신 서울을 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 선택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고소득 비즈니스 출장객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이런 해외 기업의 비즈니스 출장객들은 최고 수준의 보안, 프라이빗한 미팅 공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VIP 의전 서비스를 요구한다.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은 이러한 고단가 기업 고객을 유치함으로써 안정적인 비즈니스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음은 글로벌 관광객. 한류의 전 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호텔 업계에서는 과거 저가 패키지 여행 중심이던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시장이 전 세계의 젊고 유행에 민감한 고소득층 VIP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적 호기심을 안고 한국을 찾는 이들은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인 서울의 중심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경험하길 원한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에 한국은 전 세계 K컬처 팬덤과 글로벌 자산가들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거대한 문화적 허브가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멋진 호텔을 세우는 것 자체가 전 세계의 부유층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글로벌 마케팅 수단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내수 시장 자체도 매력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호텔은 자신의 취향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됐다. 특히 2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가의 리조트나 5성급 이상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는 ‘호캉스’ 문화가 완전히 정착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나를 위한 가치 있는 경험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스몰 럭셔리’가 트렌드가 되면서 하이엔드 호텔의 고가 객실, 파인 다이닝 등은 예약이 어려울 만큼 문전성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더 플라자를 7성급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당초 회사 내부에서는 더 플라자를 3~4성급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었다. 하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 사장이 “어중간한 포지션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7성급 전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