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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보다 ‘실적’…AI 격변기 시험대 오른 8090 재계 뉴리더 2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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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보다 ‘실적’…AI 격변기 시험대 오른 8090 재계 뉴리더 2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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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리포트 - 8090 재계 뉴리더 2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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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980년대생 오너가가 그룹 핵심 의사 결정권을 쥐는 사례가 늘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회장직에 올랐고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사실상 총괄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구형모 LX MDI 사장은 최근 부친 구본준 회장의 지분 증여로 LX홀딩스 최대주주가 됐다. 정기선 회장은 9월 부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부터 HD현대 지분 3.54%를 추가로 넘겨받는다. 증여가 완료되면 지분율은 6.12%에서 9.67%로 높아져 2대 주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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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난 8월 1일 나란히 승진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수석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부회장, 김동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 부사장은 사장이 됐다. 지분과 사업구조까지 보면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그룹 승계의 윤곽이 보다 뚜렷해졌다.

    주요 그룹 뉴리더 20명은 단순한 경영수업 단계를 넘어섰다. 그룹 전체를 움직이는 ‘전권형’, 특정 사업에서 성과를 검증받는 ‘사업검증형’, 다음 성장축을 찾는 ‘미래사업형’으로 역할이 갈린다.


    ① 전권형
    ‘후계자’에서 그룹 경영자로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세대교체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인물이다. 1983년생인 김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와 두 동생의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을 거치면서 (주)한화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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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회장은 지난해 보유한 (주)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 4.86%, 김동원 부회장 3.23%, 김동선 사장 3.23%씩이다. 올해 5월 기준 (주)한화 지분은 한화에너지 23.55%, 김승연 회장 12.04%, 김동관 수석부회장 10.38%, 김동원 부회장 5.71%, 김동선 사장 5.71%로 구성됐다.

    김 수석부회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주)한화에 대한 실질 지분은 22.16%로 추산된다. 김 수석부회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유지하고 두 동생이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세 형제의 역할 분담도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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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화 인적분할 이후 김 수석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 김 부회장은 금융, 김 사장은 테크·라이프를 맡는 구도다. 지분 확보와 사업 재편에 이어 직급까지 올라섰다는 점에서 이번 승진은 사실상 승계 구도를 굳히는 수순으로 평가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20명 가운데 가장 명확하게 ‘전권형’에 들어간다. 1982년생인 정 회장은 2025년 회장직에 오른 뒤 조선·해양을 넘어 HD현대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책임지고 있다. 부친 정몽준 이사장은 9월 HD현대 주식 280만 주를 정 회장에게 증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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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4%에 해당하는 규모로 당시 주가 기준 평가액만 약 5800억원이다. 증여 이후 정 회장은 HD현대 2대 주주가 된다. 정 회장이 이미 회장에 오른 뒤 증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 지분 승계의 시차가 짧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X그룹의 구형모 사장은 다른 유형의 전권형이다. 8월 10일 구본준 회장이 LX홀딩스 주식 610만 주를 증여하면서 구 사장의 지분율은 12.15%에서 20.15%로 올라갔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20.37%에서 12.38%로 낮아졌다. 최대주주도 구 회장에서 구 사장으로 변경됐다.

    9월 추가 증여가 예정돼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구 사장의 지분율은 24.68%까지 높아진다. 최대주주가 된 순간부터 과제는 달라진다. 이제는 LX의 핵심 사업에서 자신의 경영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홍정국 BGF그룹 부회장은 편의점 사업을 기반으로 그룹 경영의 범위를 넓히는 단계다. BGF리테일이라는 국내 최대 편의점 사업의 경쟁력과 해외·신사업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후계자 수업과는 거리가 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바이오라는 전문산업의 특성이 강하다.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경영권 승계의 명분이 생긴다. 오너 2세라는 배경만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 27일 코오롱티슈진 KDR 1만3158주를 평균 1만52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약 2억원 규모로 지분율은 0.02%다.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치료제 TG-C는 미국 임상 3상 첫 시험에서 1차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코오롱티슈진 사내이사 선임 이후 첫 주식 매수라는 점에서 책임경영 행보로 해석됐다. 후계자가 그룹의 미래사업에서 발생하는 성과와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준다.



    ② 사업검증형
    지분보다 중요한 건 ‘내 사업’의 실적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사업검증형의 대표 사례다. 1981년생인 최 사장은 SK네트웍스를 종합상사형 사업구조에서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끌고 있다. 2024년부터 AI 기업 업스테이지에 투자해 올해 누적 투자금이 1220억원을 넘어섰다. AI 투자를 실제 수익사업으로 전환해 실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그의 경영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구동휘 LS MnM 사장도 사업검증형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귀금속 등 고부가 제품 확대와 제련사업 수익성 개선이 핵심 과제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은 화학·소재 사업에서 역할을 키워왔다. 2023년 전략총괄 사장에 오른 뒤 화학2그룹장을 겸하고 있다. 식품과 화학, 의약·바이오, 패키징을 아우르는 삼양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고도화하느냐가 그의 경영 성적표가 된다.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는 30대 초반부터 실적이 확인되는 케이스다. 불닭 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 확장을 맡아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했고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확대에도 관여했다. 입사 6년 만인 2025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는 철강 원가와 구매라는 핵심 영역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철강산업의 수익성은 원재료 가격과 구매 전략에 크게 좌우된다. 조현민 한진 사장은 물류·마케팅·신사업을 맡는다. 한진의 경쟁력은 물류망 규모보다 자동화와 디지털전환, 글로벌 네트워크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③ 미래사업형
    아버지 사업보다 ‘다음 먹거리’ 찾는다


    미래사업형의 대표주자는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다. 1986년생 신 부사장은 2025년 11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에 선임됐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바이오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유통·화학 중심인 롯데가 후계자에게 바이오라는 신규 성장사업을 맡긴 사례다.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은 지난해 11월 미래기획그룹장에 선임됐다. M&A와 신사업 투자, 중장기 성장전략이 핵심이다. 지난 1월 CES 2026을 찾아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을 직접 접촉하며 AI·디지털전환 구상을 살폈다.

    담서원 오리온 부사장은 2025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전략경영본부장을 맡아 중장기 전략과 경영진단, 신규사업·해외사업을 총괄한다.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신상열 농심 부사장은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미래사업실장으로 신사업 발굴, 글로벌 전략, 투자·M&A를 맡고 있으며 반려동물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등 신성장 분야를 담당한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은 바이오 사업의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담당한다. 아모레 2세 서호정 오설록 제품개발팀 담당은 제품개발 현장에서 경영을 배우는 단계다. 이들은 기존 사업을 물려받기보다 다음 사업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꼼수보다 정공법…달라진 지분 승계 공식


    8090 오너들의 등장은 승계 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 승계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계열사 간 합병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우회 방식은 주주와 시장의 감시가 강해지면서 부담이 커졌다.

    직접 증여와 지분 매입처럼 거래 구조가 단순한 정공법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배경이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됐고 외국인·기관투자가의 지배구조 감시도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편법 대신 배당을 통한 지분 인수 등 정공법이 자리를 잡았다”며 “자녀의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1980~90년대생들이 대거 등장하는 등 승계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에게 정몽준 이사장이 HD현대 지분 3.54%를 직접 넘기는 방식,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구본준 회장이 LX홀딩스 지분을 직접 증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증여세 부담은 발생하지만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거래 목적을 설명하기 쉽다.

    승계 시점도 빨라졌다. 1980년대생이 이미 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권에 들어왔다. 자녀의 나이가 아니라 기업이 필요한 리더십과 산업 변화 속도가 승계 시점을 결정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다.

    AI가 바꾼 경쟁 지도…사업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AI의 등장은 재계의 사업 경계를 허물고 있다. 조선·방산·에너지·금융·식품처럼 업종별로 나뉘던 경쟁 구도가 데이터와 AI, 로봇, 에너지 기술을 중심으로 겹치기 시작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조선에서 로봇·에너지로 영역을 넓히고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방산·조선·우주항공을 아우른다.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바이오,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은 AI와 M&A, 신상열 농심 부사장은 펫푸드·건강기능식·스마트팜 등 기존 식품 사업 밖의 영역을 맡고 있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후계자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졌다. 승계할 사업을 관리하는 능력보다 새 사업을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기존 사업의 성장률이 둔화할 때까지 경영수업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AI와 공급망 재편으로 투자 판단 주기가 짧아진 탓이다.

    뉴리더 20명의 행보는 승계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분을 확보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경영권의 완성까지 빨라진 것은 아니다. 그룹 핵심사업을 맡은 김동관 수석부회장, 회장에 오른 정기선 회장, 최대주주가 된 구형모 사장 모두 결국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분을 넘겨받았다고 경영권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DB그룹은 2004년 김준기 창업 회장이 당시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에게 DB 지분 21.14%를 증여하며 승계에 들어갔지만 김 명예회장은 50세에 명예회장으로 이동했다.

    사조그룹에서도 주지홍 부회장이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키우는 과정에서 주진우 회장이 핵심 계열사 대표로 복귀했다. 두 사례는 승계의 속도와 경영권의 안착이 별개라는 점을 보여준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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