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값이 잇따라 오르면서 냉동 베이커리가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가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냉동 샌드위치와 크루아상을 사 먹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카페와 베이커리들도 공장에서 반죽과 성형, 발효 공정 상당 부분을 끝낸 냉동생지를 공급받아 매장에서 굽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제빵사 구인난이 맞물리며 ‘빵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최근 빵 86종과 케이크·디저트 41종 등 127종의 가격을 평균 5.0% 인상했다. 상미종 생식빵은 3900원에서 4100원, 카스테라는 24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랐다. 지난달 31일 뚜레쥬르도 빵과 케이크 76종 가격을 평균 8.2% 인상했다. 삼립 역시 빵 59종의 가격을 평균 9.4% 올렸다.
ADVERTISEMENT
빵플레이션의 반대편에서 커지는 시장이 냉동 베이커리다. 업계에서는 국내 냉동생지·냉동 베이커리 시장을 약 1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냉동생지는 밀가루를 반죽한 뒤 제품에 따라 성형이나 발효까지 마치고 냉동한 제품이다. 매장에서는 이를 해동하거나 발효한 뒤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된다.
공장에서 95% 만든 뒤 카페서 굽는다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양사는 올해 308억원을 투자해 인천에 5280㎡ 규모의 냉동생지 전용 생산시설을 가동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5000t으로 기존 파일럿 공장의 네 배 이상이다.삼양사가 하반기 생산을 확대하는 RTB(Ready To Bake) 제품은 공장에서 제빵 공정의 최대 95%까지 끝낸 뒤 냉동 상태로 공급된다.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는 마지막 발효와 굽기 등 최소한의 작업만 하면 된다. 기존 제빵 공정에 비해 조리시간을 최대 95%, 공정 비용을 40~50% 줄일 수 있다.
ADVERTISEMENT

제빵사를 따로 두기 어려운 카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숙련도와 관계없이 일정한 모양과 맛의 크루아상이나 페이스트리를 만들 수 있고, 필요한 수량만 구워 폐기도 줄일 수 있어서다. 최근 개인 카페뿐 아니라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도 냉동생지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소비자가 직접 사는 냉동빵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냉동 샌드위치 브랜드 ‘베키아에누보’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195% 증가해 연간 500만개를 돌파했다. 대표 제품인 바질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월평균 4만개 이상 팔렸다. 올 1분기 냉동 샌드위치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했다.
삼립의 냉동 베이커리 매출도 올 1분기 16% 늘었다. CJ제일제당 등 다른 식품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확대하면서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갓 구운 빵’과 ‘처음부터 만든 빵’은 다르다
냉동생지가 확산하면서 소비자가 인식하는 ‘갓 구운 빵’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매장에서 오븐으로 막 구운 제품이라는 설명은 맞지만 반죽부터 매장에서 만들었다는 뜻은 아닐 수 있어서다. 대량 생산한 생지를 공급받아 마지막 공정만 매장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신세계푸드는 냉동 샌드위치 사업을 카페 프랜차이즈 등 B2B와 ODM(제조자개발생산)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냉동 샌드위치 연간 매출 목표는 610억원으로 잡았고, 2028년에는 73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ADVERTISEMENT
고물가가 소비자의 빵 선택만 바꾸는 게 아니라 빵집의 생산 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매장에서 제빵사가 처음부터 빵을 만드는 시대에서 공장에서 대부분 만들어 온 빵을 매장에서 마지막으로 구워내는 시대로 베이커리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