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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손 벌리는 한국車, 생존 VS 中 관세 회피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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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손 벌리는 한국車, 생존 VS 中 관세 회피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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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이었던 지난 8월 2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중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다. 중국 자동차 업체 중 3위로 수출만 따지면 1위인 체리자동차의 인퉁웨 회장을 비롯해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도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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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차는 이날 국내 3위 완성차(내수 판매 기준)인 KG모빌리티(KGM)와 전략적 투자 계약식을 열었다. 체리차가 KGM에 7500만달러(약 1080억원)를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KGM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일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식 전환 시 체리차는 KG그룹 계열사인 KG에코솔루션(지분 54.35%)에 이은 2대 주주(지분 16.22%)가 된다.

    ○‘돈’ 대신 ‘지분’ 달라는 체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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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차의 투자 방식이 눈길을 끈다. 체리차는 KGM에서 받기로 한 T2X 구동 시스템(플랫폼)의 기술이전료 1억2000만달러 중 7500만달러를 KGM에 재투자한다. T2X는 체리차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티고9의 플랫폼이다. KGM은 2004년 체리차 플랫폼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작년부터 중·대형 SUV 공동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해 KGM이 지불할 기술 사용료 일부를 체리차가 돈 대신 CB로 받기로 한 것이다. 체리차는 KGM이 발행하는 3년 만기 CB에 투자하고 추후 지분 전환 권리를 가진다. 체리차 측이 KGM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CB 매입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KGM은 체리차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내년 1월 렉스턴 후속인 대형 SUV SE-10(코드명)을 출시할 예정이다. 체리차의 PHEV 구동 시스템인 T2X 플랫폼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기술을 기초로 KGM이 상품 기획, 디자인을 맡는다. 두 회사는 이번 협력을 기회로 유럽과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신차도 내놓을 계획이다. 또 로봇과 차량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꾸리기로 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계약식에 참석해 “한·중 경제협력은 기존의 수직적인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인 협력 구조로 전환됐다”며 “양국 기업인들이 협력 속의 경쟁, 경쟁 속의 협력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인식하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부가가치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고부가가치 최종품을 한국서 만들던 과거 한·중 간 분업 구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로 들린다.

    ○韓 위탁생산 기지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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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차 업계에서는 KGM의 이번 체리차 투자 유치가 미래차 시장에서 생존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보고 있다. 작년 내수와 수출을 합쳐 11만535대를 판매한 KGM이 자체 투자로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모델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KGM의 지난해 영업이익(536억원)과 순이익(531억원)은 500억원대 수준에 그친다. KGM이 독자적으로 최소 수천억원 이상이 필요한 미래차 개발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프랑스 르노가 최대주주인 르노코리아도 2022년 중국 2위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공동 개별 협약을 맺고 2024년 지리차 플랫폼을 활용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했다. 올해 1월 선보인 준대형 SUV 필랑트 역시 지리차 플랫폼을 적용했다. KGM과 르노코리아에 한국GM을 더한 중견 완성차 3사의 작년 합산 내수 판매량은 10만7607대로 전체 내수 시장점유율은 6.4%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5년(30만4309대·점유율 16.6%)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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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280만 대를 판매했다. 절반에 가까운 134만 대를 해외에 수출해 수출만 놓고 보면 중국 1위다. 하지만 중국 차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등으로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2.5% 관세에 더해 100% 추가 관세를 부과 중이다. 중국 자본이 1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생산한 커넥티드카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다. 유럽연합(EU)도 최고 45.3%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체리차가 이번 투자로 KGM의 2대 주주(16.2%)에 오르면 경기 평택의 KGM 공장에서 지리차 생산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귀빙 체리차 사장도 이날 계약식에서 “일부 지역은 대중국 관세와 한국 관세가 다르다”며 “(위탁생산은) 양사 협력의 일부분으로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이 중국 차의 관세장벽 우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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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차도 2022년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취득한 뒤 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위탁생산을 맡겼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폴스타4는 캐나다 등으로 수출된다. 지리차그룹은 스웨덴의 프리미엄 브랜드 볼보를 비롯해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 등을 거느린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자리를 잡았다.

    ○자동차부품 생태계 붕괴 우려도

    중국 차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지리차에 차량·부품(9019억원), 개발비(276억원), 용역수수료(186억원), 기술사용료(45억원) 등 총 9527억원을 지급했다. 지리차 플랫폼을 활용한 그랑 콜레오스 출시 이후 관련 부품 수입 등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KGM 역시 내년 초 체리차 플랫폼으로 만든 신차 SE-10를 출시할 경우 르노코리아 사례처럼 중국산 부품 구매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의 핵심인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엔진 및 변속기) 기술을 중국서 들여오면 관련 부품 의존도도 높아지게 된다. 늘어난 중국산 부품만큼 한국산 부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를 고객사로 두고 있지 않은 부품사들은 생존을 걱정할 처지에 놓인다.

    2016년 15억달러에도 못 미쳤던 중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액은 작년 30억달러(30억6800만달러)를 돌파했다. 자동차부품 대중 무역 적자는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정구민 한국모빌리티학회장(국민대 교수)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부품사 및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자동차산업 강국인 독일에서도 브랜드만 남고 핵심 부품은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빈 껍데기 위기(Empty Shell Risk)’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차는 기술 침투에 앞서 전기차 내수 시장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중국산 전기차는 총 6만9513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178.7% 급증했다. 점유율도 같은 기간 26.8%에서 35.0%로 확대됐다. 모델Y 등 주력 모델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오는 테슬라는 올해 3월부터 5개월 연속 월 1만 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1~7월 누적 판매는 6만6376대로 연간 10만 대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현대차·기아에 이은 내수 3위 자리를 중국산 테슬라가 차지하는 셈이다. 볼보도 전기 플래그십 세단 ES90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차값은 7294만원부터로 중국 내 판매가보다 1200만원이나 저렴하다. 지리차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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