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발 묶은 규제 고쳐야
금융권에선 상호금융이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본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늘리기 쉽지 않고 한때 주요 먹거리였던 부동산 PF는 대규모 부실 여파로 더 이상 손대기 어려워졌다. 기업대출 또한 주요 고객인 지방 중견·중소기업의 경영환경 악화로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 농협(7.98%)과 신협(7.7%)의 지난 6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7%를 웃돈다.
해외와는 정반대다. 유럽에선 상호금융의 핵심 수익원은 지역 주민의 주담대다. 스페인의 대형 신용협동조합 유로카하루랄은 지난해 말 전체 대출에서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61.4%다. 프랑스에서도 대형 금융협동조합인 크레디아그리콜과 크레디뮈튀엘·BPCE 등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 대출로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 중소기업과 창업자에게 공급한다.ADVERTISEMENT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가계대출마저 막혀있다보니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 자체 심사역량 강화 절실
자체 심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지역 조합 곳곳에서 조합장 중심의 주먹구구식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농협의 상업시설담보 공동대출 연체율이 3년째 20%를 웃도는 배경이다. 금융권에선 중앙회가 재무적 여력이 있을 때 리스크 관리 체계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협 지역조합은 1889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신협중앙회는 순이익 2970억원을 기록했다. 중앙회의 연체율은 0.02%에 불과하지만 조합 연체율은 6.11%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리스크 관리 책임자 임명 과정을 정교하게 바꿔야 한다”며 “조합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중앙회가 공통의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해 일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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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과정에서 조합원의 참여 기회를 늘려 잘못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2500여 개 지역조합이 지역은행을 지배하고, 지역은행이 다시 상장 지주회사인 CASA를 지배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지주사를 증시에 상장해 협동조합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주와 시장의 감시를 받도록 설계한 것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기여도가 높은 조합원을 선정해 대의원 배분, 금리 우대 등 더 많은 혜택을 줘야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 강해지고, 경영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유림/이시은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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