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기술보다 ‘산업화 속도’로 승부한다
올해 7월27일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창판)에 상장했습니다.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465.82% 폭등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라는 정책이 자본시장에서도 위력을 보여줬습니다.중국 첨단 산업 시장의 관심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유니트리는 이번에 과창판 IPO를 통해 약 61억위안(약 9억달러)을 조달했습니다. 2025년 매출은 약 17억위안으로 전년의 네 배를 넘어섰고 해외 매출 비중도 40%를 웃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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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의 부상을 단순한 중국 기술주의 IPO 흥행 성공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이는 반도체에서 인공지능(AI), 로봇과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중국 산업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로봇산업에서 우리를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유니트리는 2016년 항저우에서 설립돼 사족보행 로봇으로 이름을 알렸고, 2023년 H1을 내놓으며 휴머노이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로봇의 화려한 동작이 아니라, 처음에는 선진 기술을 추격하거나 모방해 제품으로 만들고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중국의 ‘산업화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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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태양광·배터리·전기차·드론 등에서 이미 확인된 공식입니다. 이 패턴이 이제 유니트리를 통해 휴머노이드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025년 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민영기업 좌담회에 유니트리 창업자인 왕싱싱 최고경영자(CEO)를 부른 것도 의도된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왕싱싱은 1990년 저장성 닝보 출신으로 저장이공대 1학년때 200위안짜리 로봇을 만들었고 상하이대에서 석사를 할 때 고성능 4족 보행 로봇 'XDog'를 개발해 이름을 알렸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 유니트리 상장 전 투자 라운드에는 차이나모바일 등 국유계 자본뿐 아니라 텐센트·알리바바·메이퇀 등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이 같은 투자는 정부의 정책에 업계가 화답한 사례입니다.
중국의 산업 생태계 주목해야
우리는 유니트리 한 기업만 볼 것이 아니라, 신생 첨단 산업을 감싸고 키우는 생태계를 주목해야 합니다. AI 기업이 ‘두뇌’를 만들고 유니트리는 로봇의 ‘몸’을 만듭니다. 그리고 반도체·배터리·모터·감속기·센서·전력전자·정밀 부품 업체가 결합합니다.중국에서는 '기술개발→정부 지원→내수 실증→자본조달→공급망 구축→대량생산→가격 인하→세계시장 진출'이 하나의 컨베이어벨트처럼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중국은 이미 이런 패턴으로 LCD,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드론 등 첨단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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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은 자동차·반도체·배터리·AI·정밀기계·인체공학 등이 한곳에서 만나는 산업입니다. 값싼 중국 로봇이 공장과 물류창고에 대량 보급되면 중국 기업은 현장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행동 데이터까지 축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상대해야 할 경쟁자는 특정 중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조 플랫폼인 셈입니다.
한국의 대응 전략 새로 짜야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 중심에서 실증과 초기 시장 창출 중심으로 산업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제조·물류·건설·의료·돌봄 현장에 로봇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공공부문이 초기 수요를 창출해야 합니다.우리는 AI·반도체·배터리·센서·모터·감속기·로봇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피지컬 AI 공급망 대응 전략을 새로 짜야 합니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도록 정부는 꼼꼼하게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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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산업인 로봇산업에는 엄청난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우리 현실은 연구개발에는 돈이 들어가지만 정작 시제품을 양산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에서 자금이 끊기는 죽음의 계곡이 존재합니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가 1만 명당 1200대가 넘는 세계 1위 국가입니다. 한국 제조 현장의 강점을 데이터로 전환해 AI와 로봇 학습에 활용하지 못하면 뛰어난 하드웨어 기술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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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국과 똑같은 국가 주도 모델을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연구실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시장으로 이동하는 속도만큼은 중국에 뒤져서는 안 됩니다.
CXMT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상징한다면 유니트리의 부상은 ‘로봇 굴기’의 신호탄입니다. 중국 기술 굴기의 다음 전장은 피지컬 AI입니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하느냐가 아닙니다. 누가 더 빨리 기술을 산업으로 만들고, 더 싸게 생산해 세계시장에 확산시키느냐의 싸움입니다.
한국도 기술개발 경쟁을 넘어 ‘산업화 속도’ 경쟁에서 중국을 이기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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