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인사이트 8월 13일 오후 3시 47분
저(低)신용 기업(신용등급 A급 이하)이 회사채 차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은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보통 새 채권을 찍어 상환(차환)한다. 문제는 9~10월에만 3조2000억원어치, 연말까지 4조원대 비우량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사태 이후 저신용 회사채 수요가 실종된 영향으로 연 8% 넘는 금리를 제시해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사례가 나왔다. 우량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SK하이닉스마저 채권 매수를 중단하면서 우량·비우량을 가리지 않고 회사채 발행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저신용 기업의 자금난 우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신용등급 BBB-)는 사채 상환을 위해 1367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010억원 가운데 약 절반인 1000억원을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할 계획이었지만, 두 차례에 걸친 사모사채 발행 시도가 모두 무산되자 유상증자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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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디앤디는 지난 3~4월 만기 1.5년, 금리 연 7.3% 수준의 조건으로 1차 사모사채 차환을 시도했다. 당시 발행 규모를 410억원으로 정했지만, 4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5~6월에는 금리를 연 8% 이상으로 높여 사모사채 발행을 재차 추진했다. 당시 기관투자가들이 검토한 매수액은 290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6월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투자자가 모두 발을 뺐다.
문제는 하반기부터 비우량 회사채의 차환 물량이 본격적으로 몰린다는 점이다. 연말까지 A+ 이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의 만기도래액은 약 4조원이다. 9월 1조8560억원, 10월 1조3640억원 등 두 달 동안에만 3조2200억원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 연말까지 SK렌터카(A) 3000억원, 롯데건설(A) 2330억원, SK온(A+) 1350억원, 이랜드월드(BBB) 750억원 여천NCC(BBB+) 700억원 등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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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은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A+)는 지난달 창사 이후 처음으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 30년에 금리는 연 6.35%다. 금호건설도 6월 금리 연 7%,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량채 ‘큰손’까지 이탈
우량 회사채 시장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6~7월 하루에 1조원어치 이상 채권을 담던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을 전후로 매수를 전면 중단했다. 필요할 때 즉시 인출할 수 있는 시중은행 예금으로 자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예정한 채권 매수부터 향후 계획된 물량까지 전면 중단했다”며 “향후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SK하이닉스의 자금 이동은 회사채 발행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등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채권 매수를 중단한 뒤인 12일 초우량 공사채인 한국전력공사채(AAA)는 민평금리 대비 0.07~0.08%포인트 높은 수준에 발행금리를 결정했다. 민평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가 산정한 해당 채권의 시장 적정금리로,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 수요가 적고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한전채 발행 규모도 5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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