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거래 부진에 국내 증시 강세까지 겹치면서 거래 위축의 충격이 해외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현물 거래에 치우친 국내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며 국내 거래소의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량 감소 직격탄 맞은 韓

1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43조원이었다. 일별 거래대금은 1조4000억원대에 그쳤다. 월 거래대금은 지난 1월 112조원 대비 61.6% 감소했다. 가상자산 침체기(크립토 윈터)였던 2023년 5월(41조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 거래대금 감소세는 2월부터 가파르다. 올 2월 126조원까지 오른 거래대금은 다음달 88조원으로 30.2% 줄었다. 이후 지난달 43조원을 기록하기까지 5개월 연속 월 거래대금이 100조원을 밑돌았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한창이던 2023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연속 월 거래대금이 100조원 미만을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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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현물 거래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감소 폭이 유달리 크다. 가상자산 플랫폼 더블록에 따르면 전 세계 현물 거래대금은 지난달 6724억달러로 1월 1조2000억달러 대비 44% 줄었다. 글로벌 거래량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줄었지만 국내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국내 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이고 알트코인 거래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며 “해외는 기관 자금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량의 하방을 받쳐주지만 국내는 완충 장치가 없어 개인 심리가 식으면 거래량이 그대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머니무브에 거래소 ‘긴장’
국내 증시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국내 가상자산 월별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때는 527조원을 기록한 2024년 12월이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달 코스피의 월 거래대금(174조7000억원)의 3배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달 5대 거래소의 현물 거래액은 코스닥 거래액(134조6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ADVERTISEMENT
위험자산 투자 수요가 가상자산에서 증시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거래소의 가상자산 예치금 규모는 지난 5월 5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올 1월 7조8000억원에서 29.5% 감소했다. 예치금은 가상자산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을 띤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은 대표 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에서도 나타난다. 비트코인은 국내에서 두 달 넘게 종가 기준 1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 종가 기준 지난 11일 8964만원을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8000만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과거보다는 하락 폭이 작고 시장 구조도 기관 수급 위주로 바뀌었다”면서도 “국내에서 거래량이 확실하게 바뀔 만한 호재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현물 거래가 급감하면서 거래소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거래소는 선물 거래와 기관 투자가 가능한 해외와 달리 매출의 사실상 전부를 개인의 현물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각 거래소는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단기간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워낙 안 좋아 분기 역대 최악의 적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로선 추진할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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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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