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원가 비중 10%→40%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IT 기기의 원가 압박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18 프로의 부품원가(BOM)는 전작 대비 최대 4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 폭등의 핵심 원인은 메모리다. 아이폰 프로의 전체 부품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3분기 약 10%에서 올 3분기 약 34%, 내년 1분기엔 42%로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11%→9%)와 디스플레이 패널(16%→9%)의 원가 비중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과거 스마트폰 단가를 좌우하던 AP와 패널을 제치고, 메모리가 전체 부품값의 절반 가까이를 집어삼킨 셈이다.ADVERTISEMENT
아이폰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18 프로의 출고가는 전작 대비 200~300달러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프로 및 프로 맥스 가격은 각각 최대 1399달러(약 197만원), 1499달러(약 211만원)에 달하게 된다. 애플은 지난 6월 맥과 아이패드, 비전 프로 등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 대비 모델별로 10만~20만원 인상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Z 폴드8 역시 출고가를 전작 대비 10만원 이상 올렸다.
◇ 노트북 등 IT 기기 조달도 비상
소비자 가격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트북 등 IT 기기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기업들은 IT 기기 제조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맺고 일정 가격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받았다. 하지만 가격 폭등세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계약을 파기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국내 한 기업의 구매담당자는 “최근 국내 제조사와 맺은 PC LTA를 파기했다”며 “제조사 측에서 ‘작년 가격으로는 도저히 물량을 대줄 수 없다’며 계약을 취소하고, 원자재처럼 실시간 시세를 반영한 단가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용 노트북 등 사양이 정해진 업무용 기기조차 선제적 예산 수립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ADVERTISEMENT
업계에선 이 같은 수급 불균형과 칩플레이션 현상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메모리 제조사가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과 같은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공급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이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은 메모리 칩플레이션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구매를 미루기보다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PC·서버·스토리지 조기 구매에 나서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도 “최소 앞으로 2년 동안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AI 붐이 부른 메모리 부족 현상이 글로벌 기업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적 장기 악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노유정 기자 why29@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