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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숨결이 흐르는 무대, 바르샤바는 이제 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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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숨결이 흐르는 무대, 바르샤바는 이제 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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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최대 무대규모를 자랑하는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극장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무용수가 있다. 지난 6월 시즌 막바지, 인도의 무희와 전사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라 바야데르' 공연이 끝난 직후 커튼콜에서 뜻밖의 발표가 있었다. 크시슈토프 파스토르 예술감독은 무대 위에서 발레리나 정재은과 파트너 키타이 료타의 수석무용수 승급을 공식 발표했다. 2016년 군무(코르 드 발레)로 입단해 코리페, 솔리스트를 거쳐 최상위 등급인 수석에 오른 정재은(32)을 지난 7일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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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의 숨결이 흐르는 무대, '내 집'이 된 바르샤바

    발레 애호가들에겐 유럽 발레단이라 하면 파리 오페라 발레나 영국 로열, 러시아의 마린스키 등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정재은이 뿌리를 내린 곳은 폴란드다. 정재은은 '쇼팽'과 '낮은 문턱'을 폴란드 국립발레단만의 치명적 매력으로 꼽았다. "쇼팽의 나라티켓 가격도 고가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발레를 부담없이 이다 보니 시즌마다 쇼팽의 음악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자연스레 무대에 오릅니다. 티켓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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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무대 크기가 가장 크다는 바르샤바의 무대는, 입단 초반 그에게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넓은 무대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듯한 느낌에 스트레스도 컸어요. 언어 장벽으로 반년 넘게 애를 먹기도 했죠. 10년동안 온갖 실수를 하면서 이제 무대가 내 집처럼 편안해졌어요." '넘어지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그는, 서유럽 대형 단체들과 달리 단원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면서도 엄격함을 유지하는 예술감독의 지도 아래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정재은의 무대는 클래식과 현대 발레, 드라마 발레를 두루 넘나든다. 어제 지젤을 했다면 오늘은 조지 발란신, 모레는 에드워드 클룩의 현대 발레 작품을 하는 게 일상이다. 그가 가장 애정하는 역할로는 존 노이마이어의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 속 귀족의 애인 마르그리트다. "극단적인 감정선을 연기하면서 테크닉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고, 연기로 드라마를 풀어나가는 재미를 체득했어요. 평소 제 모습은 '돈키호테'의 키트리와 같이 명랑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는 마르그리트나 지젤처럼 사연이 있는 처연한 모습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아요."

    무대 위의 삶, 삶 속의 무대...완벽한 합을 만드는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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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은의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그와 함께 수석으로 승급한 무용수 키타이 료타(26)다. 실제 연인이자 무대 위 파트너인 두 사람은 동유럽 정통 국립 단체에서 아시아계 주역 커플이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인이나 실제 커플을 잘 파트너로 붙이지 않던 예술감독도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시너지를 확인한 뒤에는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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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나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완벽한 합을 찾아낸다"는 게 정재은의 고백. 두 사람의 일상 역시 단란하다. 조금이라도 발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아침마다 각자 전동스쿠터를 타 3분 만에 출근하고, 오전 10시 클래스로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개인 리허설을 함께 버텨낸다. 주말이면 쇼팽 공원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보거나 쇼팽 콩쿠르를 직관하며 바르샤바의 공기를 만끽한다.

    수석무용수라는 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가 다짐하는 다음 목표는 뜻밖에도 소박하고 현실적이다. "고질적인 발등 통증을 안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무대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오네긴', '마농'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오로라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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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게 발레는 예술이기 전에 '밥 먹고 씻는 것'과 같은 일상이다. 밥을 잘 먹고 잘 씻고 싶듯, 그저 매일 잘 해내고 싶은 삶의 일부라고. 11살에 전공을 결정한 이래 한결같이 무대를 지켜온 정재은은 한국의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따뜻한 당부를 전했다. "관객분들이 발레를 너무 어렵거나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 위의 시간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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