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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송파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송파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등록인구는 총 66만명. 서울 전체 등록인구 956만명 중 6.9%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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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송파구는 강남구, 서초구와 함께 '강남 3구'로 묶일 정도로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 중 한 곳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송파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 23억5574만원으로, 서울에서 서초구(33억7081만원)와 강남구(30억원)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서울의 도시개발 역사를 돌이켜보면 송파구가 처음부터 사람이 많거나 고급 주거지의 이미지를 갖던 곳은 아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잠실은 한강과 신천에 둘러싸인 섬이었고, 잠실섬 남쪽 일대는 경기도 광주군 소속으로 논과 밭, 과수원이 펼쳐진 농지였다. 잠실(蠶室)이라는 지명 자체가 누에(蠶)를 기르는 방(室)이라는 뜻으로, 일제 강점기까지 누에를 기르는 뽕나무가 무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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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농촌을 합쳐 만든 계획도시
허허벌판이던 송파구가 현재와 같은 대규모 택지로 '상전벽해'를 이루는 과정에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1971년에 있었던 잠실지구 개발공사다. 서울시는 강북의 인구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강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1971년 4월 잠실섬과 송파 사이로 흐르던 한강의 지류를 막아 잠실을 남쪽 육지와 연결했다. 이렇게 새로 확보한 땅에 정부는 격자형 도로와 학교, 상가, 공원, 아파트를 세웠다.
이때 세워진 아파트가 잠실주공 1~5단지와 잠실시영아파트다. 잠실주공 1~4단지는 1975년 동시에 착공해 모두 1976년 준공됐다. 잠실주공 5단지와 잠실시영은 1978년 지어졌다. 당시만 해도 잠실은 고급 주거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강북 인구의 분산과 주택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조성된 이곳 아파트들은 대부분 무주택 서민을 위해 소형 면적대 주택으로 지어졌다. 특히 잠실시영과 잠실주공 1단지는 중랑천변·옥수 불량지구 철거민에게 배정됐다.

올림픽이 바꾼 송파구의 위상
1988년 열린 서울올림픽은 송파구가 서울의 변방에서 동남권 중심지로 올라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82년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 주요 시설 배치 조정 방안'에 따라 송파구 방이동 일대가 국립경기장을 비롯한 주요 시설을 건설할 부지로 정해졌다.이에 방이동에 올림픽공원이 1986년 문을 열었다. 5539가구 규모의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가 1988년 6월 준공됐다. 올림픽 기간엔 대회 선수와 기자 숙소로 활용되던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는 1989년 일반인이 입주하면서 현재와 같은 일반 주거단지로 전환됐다. 방사형으로 배치된 건물과 넓은 녹지 등 이곳에 적용된 단지 설계는 당시 일반적인 공영아파트와 차별화된 주거 가치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도로와 지하철, 공원 등 기반 시설이 확충된 것도 송파구의 주거 가치를 끌어올렸다.
서민 아파트가 ‘엘리트’로
1976년 5층 높이로 지어진 잠실주공 1~4단지는 2000년대 들어 차례로 고층 대단지로 탈바꿈했다. 1단지는 2008년 5678가구 규모의 '잠실엘스'로 재건축됐다. 2단지는 2008년 5563가구의 '잠실리센츠', 3단지는 2007년 '잠실트리지움'(3696가구), 4단지는 2006년 '레이크팰리스'(2678가구)로 재탄생했다. 이 가운데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은 단지명의 첫 글자를 합쳐 '엘리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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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주공 아파트의 성공적인 재건축으로 송파구는 본격적으로 강남권을 대표하는 주거지로 거듭났다. 총 1만5000가구에 달하는 '엘리트' 단지는 모두 매매 가격이 전용면적 84㎡ 기준 30억원을 훌쩍 웃돌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시세 향방을 가리키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은 소형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강남권 대표 주거지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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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잠실시영아파트도 재건축을 통해 2008년 6864가구 규모의 '잠실파크리오'로 변했다. 잠실역 동쪽에 대단지가 들어서면서 잠실의 주거 축은 신천동과 올림픽공원 방향으로 확장됐다.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진주아파트 자리에는 지난해 '잠실르엘'과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각각 들어서면서 신축 주거지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가락동의 위상을 바꾼 헬리오시티
잠실동에 머물렀던 송파구의 고급 주거지 범위는 2010년대 후반 들어 남쪽으로 뻗어나갔다. 주인공은 바로 가락시영 1·2차 아파트를 허물고 2018년 새로 지어진 '헬리오시티'다. 1982년 지어진 6600가구 규모의 가락시영1·2차는 대표적인 서민 주거단지였다. 소형 평형과 저층 아파트 중심이던 이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84개 동,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로 재탄생했다.
헬리오시티는 단일 단지만으로 하나의 소도시에 준하는 생활권을 형성한다. 단지 내부에 학교와 상가, 커뮤니티시설을 갖췄고, 단지 중앙으로 약 1㎞ 길이의 공원이 조성됐다. 헬리오시티 입주 이후 가락동은 잠실의 배후 주거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송파구의 독립적인 대단지 주거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움직이는 잠실 재건축 시계
송파구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잠실동의 마지막 '대어'급 재건축으로 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가 올해 7월 1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잠실주공 5단지는 1978년 준공된 아파트로 현재 3930가구 규모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65층, 6411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인근 '엘리트' 아파트가 32~34층 높이인 만큼, 향후 65층 높이의 잠실주공 5단지의 재건축이 완료되면 송파구 일대 스카이라인이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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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주공 5단지에서 송파대로 건너편에 있는 신천동 장미1·2·3차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총 3522가구 규모인 이들 단지를 통합해 5000가구가 넘는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방이·오금동으로 확산하는 재건축
잠실의 뒤를 잇는 지역은 방이동과 오금동이다. 방이동 한양3차는 작년 6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기존 252가구를 최고 33층, 508가구 규모로 재건축한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 이주와 철거를 거치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인근 대림가락아파트도 최고 35층, 925가구로 재건축하기 위해 조합설립을 마쳤다.
오금동에서는 오금현대아파트(1316가구)가 최대 사업지로 꼽힌다. 작년 1월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이 단지는 2436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가락상아1차는 관리처분인가와 이주를 마치고 철거·착공 단계에 들어섰다. 기존 226가구는 지상 최고 30층, 405가구로 재탄생한다.
올림픽공원 주변의 대단지들도 재건축 대열에 합류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작년 4월 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했다. 최고 26층, 6787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